이 시대 ‘마지막 변사’ 신출씨(76)의 제자를 뽑는 공개 오디션이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행복한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오디션에는 여성 변사 지망생 3명을 포함, 15명이 참가해 변사 특유의 구성진 억양으로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의 한 대목을 연기했다.
응시자는 20, 30대가 많았으나 40대 지망생도 눈에 띄었다. 채점 기준은 성량, 말의 속도, 발음의 정확성 등. 심사위원장인 신씨를 비롯해 원로 가수 윤일로, 밴드 마스터 박수기, 연극연출가 이건동, 영상기사 정상갑씨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2∼3분에 걸친 응시생들의 실기가 끝날 때마다 심사위원들은 ‘말이 빠름’ ‘성대는 좋으나 발음이 또박또박 떨어지지 않음’ ‘변사의 소질이 있음’ 등의 평가를 적었다.
이날 오디션을 기획한 극단 양산박 퍼포먼스의 박구홍 대표는 “일본에서는 변사가 20, 30명이나 활동하고 있고 무성영화도 여전히 문화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변사의 맥을 이어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이번 변사 선발을 계기로 무성영화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변사를 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지원자들이 많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오디션에서는 1인 퍼포먼스 등을 해온 연극배우 정찬규씨(41)가 1위를 차지했다. 정씨는 “모노드라마처럼 혼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응시했다”고 말했다. 정씨와 함께 이날 2∼4위로 선발된 여성 2명과 남성 1명 등 총 4명은 신씨에게서 변사 교육을 받은 뒤 ‘검사와 여선생’에 이어 향후 제작될 무성영화에서 차세대 변사로 활동하게 된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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