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현장에서/‘유비쿼터스’ 축복과 재앙 사이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6시 15분


요즘 정보통신과 가전 업계의 화두(話頭)는 기술 융합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불리는 기술 융합으로 정보기술(IT) 제조업체는 부가가치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통신업체는 특히 이동 중에도 초고속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사업과 가정에서 전자제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홈 네트워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사업이 추진되면 통신회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모두 혜택을 본다. 새로운 통신 시장에서 가입자에게서 이용료를 받을 수 있으며 장비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가 만들어낸 편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바꾼다. 외출 중에도 집안의 보일러를 가동하고 집안을 휴대 전화로 살펴볼 수 있다. 외출 후 집에 들어오면 청소기가 집안을 깨끗이 치워 놓는다. TV도 더 이상 일방적 지상파 방송만 보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컴퓨터에 연결된 TV는 디지털카메라에서 다운받은 화면과 고음질의 MP3 음악을 재생하며 전자 상거래를 중계한다.

모든 전자제품과 통신기기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세상은 벌써 눈앞에 다가왔다.

유비쿼터스의 중심은 인간이라고 한다. 종전에는 통신기기를 움직이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거나 버튼을 일일이 눌러야 했다. 앞으로는 통신기기가 사람의 동작에 자동으로 반응하거나 사람의 음성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비쿼터스 환경이 부분적으로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인간과 사회를 더욱 정교하게 속박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정보화와 기술이 인간을 ‘배신’하는 사례는 요즘에도 많이 나타난다.

휴대전화 불법 복제에 의한 사생활의 침해,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음란물의 범람, 새로운 통신 수단의 등장에 따른 사회조직 통제 등이 그것이다.

유비쿼터스 세상이 열리면서 디지털 기기가 인간을 본격 지배하기 위한 서곡(序曲)이 시작됐다는 말을 농담으로만 넘길 수 없다.

디지털 기기 사용자들이 기술 만능주의에 빠지면 인간과 사회가 기계의 부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더욱 현실적으로 들린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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