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감독은 닮았다. 나이는 한 살 차, 둘 다 배우 뺨치게 잘생긴 외모에다 촬영 현장에선 고집불통이다.
이와이 감독의 신작 ‘하나와 앨리스’는 국내에서 11월 12일 개봉된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돼 60%가 일본에서 촬영된 ‘역도산’은 12월 15일 개봉 후 내년 6월경에는 일본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한일 영화계의 주목받는 두 감독은 서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 “한국영화 발전의 원동력은 열성팬”
▽송해성=요즘 한국영화를 어떻게 보나.
▽이와이 순지=한국영화의 발전은 영화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뛰어난 감독, 열광적인 팬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송=개인적으로 한국영화의 불균형이 아쉽다. 일본에서는 팔순이 넘은 감독도 현업에서 활동하는 반면 한국은 40대에 들어서면 벌써 사라지기 시작한다. 산업은 커졌지만 감독은 단명하고, 자본은 풍부해졌지만 (영화를 만드는) 정신은 없어졌다.
▽이와이=일본에도 일본영화만 보는 마니아 관객들이 있다. 하지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등 나이든 거장들의 마니아다. 창피한 일이지만 일본의 젊은 감독들은 자신들의 마니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송=한국 감독은 여러 작품을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상업성에 휘둘리는 한국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나에게는 (연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웃음)
▽이와이=만족을 모르는 게 감독의 운명인 것 같다. 그들은 항상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게 감독의 길 아닐까.
● “일본 감독도 못 건드린 예민한 역사”
▽송=신작 ‘하나와 앨리스’도 이와이 감독 특유의 수채화 같은 영상에 10대의 순수한 사랑과 추억을 담았다. 이와이 감독의 화면 미학과 예민한 감수성은 한국 감독들에게도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 난 이런 작품은 죽어도 못한다. ‘파이란’ ‘역도산’.
결국 둘다 싸움과 뒷골목의 어두운 풍경이다.
▽이와이=멜로영화만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돈이 문제다. 지금도 다른 장르의 시나리오가 있지만 쉽지 않다.
▽송=역도산을 한국 감독이 연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와이=매우 민감한 작업이 될 것 같다. 우리 아버지 세대에 역도산은 일본의 우상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일본인들이 그 시대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송=칼 맞을 각오로 영화를 찍었다.(웃음)
▽이와이=의문에 휩싸인 역도산의 죽음을 감안한다면 10년, 20년 전 역도산은 절대 영화로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신은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예민한 역사의 한 부분으로 뛰어들었다.
▽송=내가 그린 역도산은 영웅이 아니다. 영웅적 모습도 있지만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도 하고 여자도 때린다. 일본 관객들은 왜 역도산이 영웅이 아닌가 의아해할지 모른다.
▽이와이=그래서 영화가 되는 것 아닌가. 영웅이라면 영화로 만드는 의미가 없다. 그 뒷얘기를 담아야 하고 그게 감독의 몫이다.
부산=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