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강원 원주시 목화마을

  • 입력 2004년 10월 14일 16시 58분


요즈음 목화 밭은 땅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것 같이 포근하다. 자녀들과 함께 목화도 따고, 씨를 빼고, 솜을 트는 과정까지 같이 하다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요즈음 목화 밭은 땅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것 같이 포근하다. 자녀들과 함께 목화도 따고, 씨를 빼고, 솜을 트는 과정까지 같이 하다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높은 가을 하늘은 점점 멀어지고 어느새 낙엽이 하나둘 거리에 나뒹구는 것을 보면 괜스레 마음마저 싱숭생숭해진다. 더 늦기 전에 어디론가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목화마을은 어떨까. 마을 곳곳에 보송보송 피어 있는 하얀 솜을 직접 따기도 하고 포근한 목화제품까지 내 손으로 만들어 올 수 있는 목화밭 여행은 깊은 가을의 따사로운 추억을 안겨줄 것 같다.

○ 눈 덮인 듯한 목화 마을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하얀 솜꽃이 눈처럼 피어오른 강원 원주시 메나골 목화마을. 어느새 찬바람이 옷깃을 스미지만 이 마을을 뒤덮은 폭신한 목화송이는 바라만 봐도 가슴이 포근해진다. ‘메나’는 목화의 영서지방 사투리. 메나골은 곧 목화골이라는 뜻이다.

영동고속도로 문막 나들목을 벗어나 5분 정도 달리면 건등3리. 그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명봉산(598m)과 탁 트인 저수지 사이에 폭 파묻힌 아담한 메나골이 나타난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우뚝 서 이곳 주민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코앞에 있지만 오지에 들어선 듯 조용하고 아늑하다.

이곳에 들어서니 오래전 유행했던 대중가요 ‘목화밭’이 떠오른다.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 우리 처음 사랑한 곳도 목화밭이라네….” 목화밭을 거닐며 나직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왠지 노랫말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피어날 것만 같다.

목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1363년(공민왕 12년). 원나라에 갔던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 속에 숨겨 들여온 후 전국 각지에 보급됐다. 면이 생산되면서 의생활과 주생활에 혁명적인 변화가 왔다. 삼베 칡넝쿨 등으로 옷을 지어 입으며 고통스럽게 겨울을 나던 백성들은 솜으로 누빈 옷과 이불 속에서 편안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 또 흰 무명옷을 입다보니 자연스럽게 위생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

○ 22일 메나골 목화체험

하지만 요즘 목화밭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목화는 포근한 품새와는 달리 워낙 까탈스러운 품종으로 재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농약을 쳐서도 안 되고 씨를 뿌릴 때도, 피어난 솜을 거둘 때도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잔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목화를 심어온 메나골에선 마을 입구부터 공터와 휴경지마다 목화를 심어 마을 전체가 목화공원 같다. 곳곳에 자리한 목화밭 면적만 3000여평. 2000년 목화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됐는데 이곳에 가면 목화밭에 직접 들어가 하얀 속살을 드러낸 목화솜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목화는 4월 하순 씨를 뿌리면 7월 하순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꽃 모양새가 무궁화와 비슷하다. 9월 말쯤 꽃이 떨어지고 살구만 한 크기의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이를 다래라고 부른다. 무르익은 다래가 서서히 벌어지면 그 안에서 목화솜이 하얗게 벌어진다.

요즈음이 바로 솜이 한창 터져 나오는 시기다. 14일에 이어 22일 메나골에 가면 마을 전체에 퍼져 있는 하얀 목화솜을 따서 전통기구인 씨애 기계로 씨를 빼고 옛 솜틀기계로 솜을 틀어 직접 쿠션이나 애벌이불까지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맺힌 솜을 딸 때는 한 귀퉁이를 살짝 잡아당기는 것이 요령. 그래야 뭉쳐 있던 솜이 서서히 풀려나온다. 한 번에 잡아 뜯으려 하면 오히려 헝클어지기 쉽다. 목화밭을 거닐며 솜을 따다 보니 마음도 솜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 내손으로 만드는 목화 쿠션

손으로 돌리는 재봉틀처럼 생긴 씨애로 솜 안에 있는 씨를 발라내는 것도 재미있다. 갓 따서 말린 솜을 동글동글한 두 개의 나무 사이로 밀어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솜을 따라 틈새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떨어지는 손톱만 한 씨들이 귀엽기까지 하다. 한참 돌리다 보면 어깨가 뻐근해지기도 하련만 씨를 발라내는 재미에 좀처럼 손을 놓기 어렵다.

씨를 뺀 솜을 솜틀기계에 넣어 보송보송한 솜뭉치로 만들어내는 모습도 신기하다. 이렇게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솜으로 쿠션을 만들면 어느새 마음도 포근해져 온다.

마을 뒤편으로는 명봉산 등반코스가 있어 목화체험 후 가볍게 산행을 할 수 있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아담한 산이지만 메나골을 기준으로 U자 형태로 이어지는 능선의 노송 숲은 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마을 앞에는 씨알 좋은 붕어낚시로 각광받고 있는 건등저수지가 있어 낚시를 겸한 여행으로도 그만이다. 문의 메나골 부녀회장 033-734-7935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오늘 하루 떠나볼까▼

1.메나골 목화마을 도착→목화밭 거닐며 목화 따기→목화 솜씨 빼기

2.솜 틀기→목화솜으로 쿠션 만들기(체험 비용은 1인당 1만원, 중식 제공)

3.명봉산 등반(입장료 없음), 혹은 건등저수지에서 낚시(2만원)→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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