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은 林(수풀 림)과 示(보일 시)로 구성되어 숲(林)에 대한 제사(示)를 형상화 했다. 숲은 산신이 사는 곳이라 하여 제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겠지만, 이 글자가 秦(진)나라 때의 죽간에서부터 나타나고 당시의 산림 보호에 관한 법률을 참고한다면 이는 산림의 남벌이나 숲 속에 사는 짐승들의 남획을 ‘禁止(금지)’하기 위해 산림(林)을 신성시하였던(示) 전통을 반영한 글자일 가능성이 높다.
진나라의 법률은 대단히 엄격하고 자세하게 규정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5년 중국 호북성의 睡虎地(수호지)에서 출토된 진나라 때의 법률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봄 2월에는 산에 들어가 벌목하는 행위를 禁止하며, 새나 들짐승을 잡는 그물을 쳐서는 아니 되며, 짐승들이 번식할 시기에는 개를 데리고 사냥해서도 안 된다.”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노자의 명언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개발 지상주의를 향하고 있는 우리의 삶을 반성케 하는 대목이다. 禁은 이후 禁止하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확장되어, 禁書(금서)나 禁錮(금고) 등과 같은 어휘를 만들게 되었다.
禁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글자가 焚과 (남,람)인데, 焚은 숲(林)을 불태워(火·화) 농사를 짓던 火田(화전)의 농경법이 반영된 글자이며, (남,람)은 산림(林)과 여자(女)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탐욕을 반영한 글자이다.
食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음식이 담긴 그릇(艮·간)에 뚜껑이 덮인 모습인데 두 점은 막 지은 음식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의 형상적인 표현이다. 이에 (충,훼)(벌레 충)이 더해진 蝕은 日蝕(일식)이나 月蝕(월식)에서처럼 벌레((충,훼))가 나뭇잎을 갉아 먹듯(食) 먹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또 飼는 食과 司(맡을 사)로 구성되었는데, 司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거꾸로 놓인 숟가락(匕·비)과 입(口·구)으로 구성되어 먹을 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래서 司는 ‘먹(이)다’가 원래 뜻인데 이후 공동체 사회에서 구성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신에게 먹을 것을 바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지칭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有司(유사)의 의미가 생겼다. 그러자 원래 뜻은 다시 食을 더한 飼로 나타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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