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에서 30, 40대 전업주부들이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부 대상의 드라마들이 불륜이나 재혼 등 식상한 소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 이들 드라마의 줄거리는 남편에게서 구박받거나 버림받은 주부들이 우여곡절 끝에 ‘우아한 백조’가 되고, 곁에는 성공에 걸맞은 ‘지그프리트 왕자’가 서성인다는 것이다. 이혼이나 경기불황으로 주부들이 직업 일선에 뛰어드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신데렐라 스토리의 ‘아줌마 버전’으로도 분석된다.
○ 아줌마들, 무엇으로 성공하나
경험도, 자본도 없는 전업주부의 성공 비결은 아줌마 특유의 근성과 주부 경력을 활용한 사업 아이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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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내 인생, 내 집 전부 찾아올 거야. 그때까진 안 울어. 이젠 바닥이니까 올라갈 일만 남았어.”
호텔 청소부로 일한 뒤 야식 배달을 하던 그는 전남편에게 보양식으로 해주던 ‘김치 감자탕’을 메뉴로 개발해 대박을 터뜨리고 식품회사를 운영한다.
SBS 아침드라마 ‘선택’의 오정민(심혜진)은 남편이 사기를 당하자 생계 전선에 뛰어든 경우. 그는 홈쇼핑회사의 모니터로 일하면서 ‘갓김치’ ‘치마바지’ 등 실용적인 신제품 아이디어로 실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다. “장을 보다 보니 요즘 생선 맛이 예전 같지 않던데요”라며 원산지 표시를 속이고 생선을 납품한 업체를 적발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끝난 KBS 2TV 주말극 ‘애정의 조건’에서도 이혼녀 강금파(채시라)는 피자 배달원에서 시작, 한국식 스파게티를 개발해 회사의 임원이 된다. 결식아동을 돕는 자선활동으로 매스컴을 타기도 한다.
○ 성공과 함께 찾아오는 ‘두 번째 사랑’
성공한 아줌마에게는 두 번째 사랑이 찾아온다. 성공한 아줌마들은 젊고 유능한 연적(戀敵)을 물리치고 사랑을 쟁취한다.
‘두 번째 프러포즈’의 장미영에게는 집안과 인물이 좋은 총각이 따라다닌다. 반면 젊고 예쁘고 유능한 새 애인과 재혼한 전남편은 일이 꼬이기만 한다.
‘선택’에서 쇼 호스트로 성공한 오정민. 그녀는 예쁘고 유능한 마케팅팀장을 따돌리고 회사 사장의 사랑을 얻는다. 그녀는 재혼과 독신 사이에서 고민한다.
‘두 번째 프러포즈’의 연출자 김평중 PD는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주부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기획취지를 밝혔다.
이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 ‘두 번째 프러포즈’는 20대 스타들이 열연 중인 ‘아일랜드’(MBC) 등 경쟁 프로그램을 제치고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선택’도 15% 안팎의 시청률로 호조를 보이고 있고, ‘애정의 조건’은 45.4%라는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
여성학자 오한숙희씨(45)는 “이런 드라마들이 호응을 얻는 것은 그만큼 전업주부들이 생활일선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며 “주부들이 이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비현실적 성공담이 열등감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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