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응 스님은 1994년 조계종개혁회의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조계종의 현 종헌 종법 기틀을 마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등 그동안 뛰어난 기획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현응 스님이 해인사 주지에 임명되자 불교계에서는 해인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현응 스님에게 임명장을 준 뒤 “뛰어난 능력과 지혜를 갖춘 분이라서 해인사를 변화시키고 한국 불교를 중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명장을 받고 나오는 현응 스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구상을 하지 못했고 해인사의 어른 스님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며 사양했다. 그러나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자 자신의 생각을 일사천리로 털어놨다.
―해인사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인데….
“그렇습니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갖고 있는 법보사찰일 뿐 아니라 스님들을 길러내는 인재 양성의 중심 도량입니다. 하안거와 동안거 때는 500∼600명의 스님이 수행하고, 평소에도 300여명의 스님이 기거합니다. 또 관광 객이 많이 찾는 명승 사찰이지요.”
―앞으로 해인사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해인사에 기거하시는 법전 종정 스님과 많은 어른 스님들의 의견을 듣고 불자와 국민들의 바람을 수렴해 비전을 설정할 계획입니다. 해인사는 사부대중(四部大衆·비구 비구니와 남녀 신도)이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팔만대장경 동판 제작 계획을 비롯해 해인사의 대형불사 추진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판 불사는 화재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팔만대장경을 보호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이 물량 위주의 불사로 비치고 있습니다. 불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불사검토위원회와 협의해 적절한 방법을 찾을 계획입니다.”
―한국 불교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은 중생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행, 깨달음, 포교 모두 세상이나 역사와 유리돼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경전 한글화와 인터넷 등 새로운 정보매체를 활용한 포교를 통해 일반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화광이기도 한 현응 스님은 조리 있는 화술과 토론내용을 종합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효림 스님(중앙종회 의원)은 최근 펴낸 저서에서 “현응 스님은 명석한 두뇌에 경학도 깊이 공부했고 자기 사상과 입지가 분명한 사람”이라면서 “남을 원망하거나 화를 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평했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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