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파이어드(You’re fired·당신은 해고야)!”
최근 미국에서 부동산개발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상징이 된 말이다. 트럼프는 NBC방송과 함께 제작하고 직접 출연도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디 어프렌티스(도제)’에서 매주 지원자 한 사람을 떨어뜨리면서 이렇게 외친다.
올해 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트럼프가 다양한 직업 배경을 가진 16명을 면접하고 갖가지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최종 한 명을 자신의 회사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에 취업시키는 이야기다. 연봉은 25만달러(약 3억원). 이 프로그램은 올해 미국 내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시청률 5위 안에 드는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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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내고 공동 제작한 프로듀서 마크 베넷은 아마 트럼프의 도움이 없었다면 감히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1990년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커버를 반나체의 여성들과 장식했다. 32편의 영화에 카메오나 배역을 맡아 출연했다.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 휴 그랜트의 친구이며, 또 모델이었던 부인과의 이혼소송으로 전 세계 타블로이드 신문의 1면을 석권하기도 했다. 그는 대중 스타인 것이다.
이런 이미지에 가려 자산 25억달러(약 3조원)의 부자이자 사업가로서, 또 경영인으로서 트럼프의 능력은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미국에서 낸 5권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의 사업수단보다는 ‘몇 가지의 충고와 지혜, 약간의 가십과 유명인사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더 알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 책도 그런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여섯 장으로 구성된 책의 한 장은 그의 일주일을 시간 단위로 나눈 ‘프랭클린 다이어리’식 일기를 싣는다. 영화배우 샌드라 블럭이 그와 회사 임원들이 회의하는 방에 불쑥 나타나 인사를 하고 갔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1990년 92억달러(약 11조원)의 빚을 지고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가 10년여 만에 다시 부동산, 리조트, 골프 및 호텔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노력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주요 신문들을 꼼꼼히 읽고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비즈니스위크, 포천 등 경제전문지를 탐독한다.
“직원이 당신보다 더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지 말라”고 일갈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배움에 대해 항상 열린 자세를 갖고 있기에 무언가를 알고 싶을 때는 직접 나선다. 직함에 상관없이 재능 있는 사람을 언제나 곁에 둘 줄 안다. 그리고 크게 생각하고 크게 살아 왔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생각하고,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정도로 관심 밖의 인물이 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별난 트럼프이지만 그가 수습사원들에게 요구하는 자질은 의외로 ‘평범’하다. 뛰어난 인간성, 두뇌, 창의성, 성실함과 신뢰감이 있다면 “유어 하이어드(You’re hired·당신은 채용됐어)!”.
원제 ‘TRUMP:How To Get Rich’(2004년).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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