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커다란 나무가 있었지. 그 옆 작은 집에 한 아저씨가 살았어.
아침에 새들이 나무 위에서 지저귀며 아저씨를 깨우면, 아저씨는 발로 나무를 걷어차며 말했지. “어디 두고 보자.”
볕이 좋은 날, 빨래를 해도 그늘 때문에 빨래가 바짝 마르지 않았지. 아저씨는 또 나무를 걷어차며 말했어. “어디 두고 보자.”
나무 열매를 따러온 아이들을 쫓으면서도, 아무리 쓸어도 계속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도, 그 낙엽을 태워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서도 아저씨는 투덜댔어. “어디 두고 보자.”
결국 아저씨는 나무를 잘라버렸어. 그 후 어떻게 됐느냐고?
아저씨는 아침이 와도 몰랐지. 새들이 울지 않았으니까. 차를 마시려고 해도 그늘이 없었고, 빨랫줄을 맬 나뭇가지도 없었어. 가을이 와도 광주리에 담을 빨간 열매도, 고구마를 구울 낙엽도 없었어. 아저씨는 나무 밑동을 붙잡고 엉엉 울었어.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 알게 됐지 뭐야.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의 고마움을.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