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시내는 아빠 월급만으로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는 엄마보다 회사에 다니는 친구 민지의 엄마가 더 당당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회사에 다니는 애들은 학원도 다니고 빵빵하게 잘나간단 말야.”
시내의 말에 엄마는 직장을 알아보지만 늘 풀 죽은 모습뿐이다.
어느 날 엄마는 ‘전업주부 졸업 만찬’이라며 푸짐한 반찬을 준비한다. 마침내 엄마한테도 직장이 생긴 것이다. 엄마는 시내에게 민지가 다니는 학원에 등록시켜 주고 컴퓨터도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학원이 파한 뒤 시내는 “전에는 파출부 아줌마 눈치가 보여 친구를 집에 못 불렀는데 이번에 새로 온 아줌마는 친구를 데려와도 된다고 했다”는 민지네 집에 간다.
“매일 직장에서 일하느라 바쁜 엄마보다 새로 온 파출부 아줌마가 더 좋을 때도 있어.”
민지네 집에서 시내는 파출부로 일하고 있는 엄마를 만난다. 당황한 시내는 엄마를 모른 척해 버린다.
“아, 아, 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날 저녁. 시내는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소리친다.
“취직하랬지, 누가 파출부 하랬어?”
“파출부가 어때서! 너나 아빠나 집안일을 우습게 아니까 파출부를 창피하게만 생각하는 거야.”
“엄마, 차라리 내가 학원도 끊고 컴퓨터도 안 살 테니까 파출부 그만둬.”
“시내야, 엄마도 그동안 정장 입고 회사 나가야만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일이든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민지 엄마도 내 덕분에 마음 놓고 직장 다닌다고 얼마나 고마워하는 줄 아니? 엄만, 엄마를 꼭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아….”
동화라고 해서 늘 완벽한 가정과 행복한 세상만 그릴 필요가 있을까? 이 동화집에 실린 4편의 동화는 마냥 아름답거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회 변화에 따른 현실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이혼한 후 자신의 일에 바쁜 엄마(‘날아라, 마법의 양탄자’), 겉으로는 금실 좋은 부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혼을 앞둔 부모(‘그림자가 사는 집’), 상사인 부장님을 모시고 술자리에 가느라 아들의 생일을 챙기지 못한 아빠와 알고 보니 딸을 미국에 조기유학 보내놓고 외롭게 살고 있는 기러기아빠인 부장(‘지렁이 대작전’) 등 가족 해체의 모습과 이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혼, 여성취업, 빈부격차, 상하관계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는 만큼 부모가 함께 읽고 각 상황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볼 만하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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