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들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18일 유럽 순방중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에 대해 “독자의 선택을 매도하고 민주사회의 기본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모든 문제를 언론에 전가하는 태도는 정도가 아니다”며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이 총리의 말은 극단적이어서 대꾸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원주의에 바탕해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 총리의 말은 특정 신문이 존립해선 안 된다는 뜻을 표명한 것인데, 언론의 자유를 말하기 이전에 민주사회의 기본을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미국에서도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일어나지만 정부가 특정 신문을 표적으로 “내 손안에 있다”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는다. 특정 신문이 ‘역사에 대한 반역죄’를 저지르고 있다면 그 신문을 보는 독자들은 역사의 반역에 동조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독자들의 선택을 완전히 매도하는 일이다. 신문도 정부의 비판이 적절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으나, 신문의 비판이 거슬린다고 해서 총리가 언어폭력이나 다름없는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이광재(李光宰)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이 총리의 발언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와 논조에 대한 이성적 대응이 아니라 격한 감정의 발로라고 본다. 최고 권력층에 있는 사람으로서 표현방법이 적절하지 못했다.
정부의 실정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언론 고유의 몫이다. 정부가 언론의 비판이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면, 언론에 정책 배경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지면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한 뒤 충분한 자료 제공과 함께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뭉뚱그려 무조건 잘못됐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방법도 있다. 정부와 언론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한다면 피해는 국민이 본다. 집권층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는 아량을 보이기 바란다.
▽김정탁(金正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 총리의 발언은 무엇보다 표현이 천박하고 점잖지 못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언론과 관계가 나빴던 대통령으로 꼽힌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 공격에는 워싱턴 포스트가 앞장섰다. 하지만 대통령과 그 측근이 워싱턴 포스트에 대해 이 총리처럼 막말을 한 적이 없다. 레이건 대통령 측근이었던 제임스 브래디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보는 신문은 워싱턴 포스트가 아니라 (군소신문인) 워싱턴 타임스”라는 유머 있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권력이 언론과 갈등을 빚을 수 있지만 그 대처 방안은 유연해야 한다.다수 의견을 대변하는 메이저 신문에 대해 막무가내로 비판하는 것을 보면 신문법안이 소수 의견 보호라는 명분을 넘어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도준호(都俊昊)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이 총리의 발언은 도를 지나쳤고 균형 감각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상이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돕는 민주사회의 기본 요건이다.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언론에 대해 공과 과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싸잡아 매도하고 모든 문제를 언론에 전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언론은 이슈를 선정하고 사실 보도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언론은 이 같은 사회 통합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비판적 언론과 벽을 높고 견고하게 쌓고 있어 이 같은 갈등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특정 언론에 대한 감정적 적대감을 걷어내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언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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