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은 이해찬 국무총리의 ‘동아, 조선일보는 역사의 반역자’ 발언에 대해 20일 “이 정권은 도대체 역사와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권이 자신에 협조 또는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문을 이런 식으로 매도해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 여당은 1970,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보여줬던 동아일보의 저항과 투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비뚤어진 권력은 비협조적인 언론을 보복하려는 속성이 있다. 이는 정권 비판이라는 언론의 기본 임무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총리가 동아, 조선일보가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했다는데 이런 식의 치졸한 발언과 생각이 이들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해 각종 불이익을 주겠다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악법의 추진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전 의장은 자신의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대해 “자유당 때는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 정보계 형사를 피해 다녔고, 4·19혁명 당시에는 경무대(청와대) 앞에서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도 이를 취재해 보도했다. 5·16쿠데타 이후에는 육군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고 회고한 뒤 “이게 역사에 대한 반역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의장은 “현 정권은 비판 신문을 비난하기 전에 이들 신문의 역사를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이런 식의 언론 탄압을 하는 정권은 결국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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