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수필 ‘청춘 예찬’은 정열적인 어조로 청춘을 예찬한다. 하지만 청춘예찬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닌 자들이 그리움으로 부르는 노래일 뿐, 정작 청춘인 이들은 청춘을 예찬하지 않는다. 어떤 청춘에게 청춘은 예찬의 대상이 아닌, 빨리 벗어나버리고 싶은 무엇이다.
연극 ‘청춘예찬’(박근형 작, 연출)은 역설적인 제목 때문에 더 서글퍼지는 작품이다.
주인공 영민은 4년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2학년생. 영민의 아버지가 뿌린 염산에 눈이 먼 어머니는 집을 나가 안마사로 살아간다. 영민과 같이 단칸방에 사는 아버지는 하루 종일 소주만 마신다. 영민은 그런 아버지에게 “사지가 멀쩡한데 노가다라도 뛰어”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나이롱 뽕 학생도 학생이냐. 너나 나가 일해라”라고 받아친다.
영민은 간질병이 있는 5년 연상의 못생기고 뚱뚱한 다방 여종업원과 술김에 자고, ‘뚱땡이’는 영민의 단칸방으로 들어와 산다.
퇴학생, 술주정뱅이,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낙오자로 여겨지는 인생들이지만, 이들은 서로 부대끼면서 의지한다. 영민의 아이를 가진 ‘뚱땡이’와 ‘뚱땡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잠이 든 영민, 그리고 그 옆에서 이불 한 자락을 끌어다 덮은 아버지가 나란히 누워 있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춘예찬’은 1999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등을 수상했던 작품. 올해 공연은 작품보다는 ‘19 그리고 80’ ‘햄릿’ 등을 통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민 역의 젊은 배우 김영민에게 관심이 더 쏠렸다. 김영민은 아픈 청춘을 무난히 그려냈지만, 청춘에 대한 서글픔은 그의 연기보다는 아버지 윤제문이 내뱉은 “인생, 금방이다”라는 대사에서 더 잘 느껴진다. 욕설, 폭력 등이 많아 14세 이상 관람가.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화∼금 오후 7시반, 토 일 오후 4시반, 오후 7시반. 1만2000∼2만원. 02-762-001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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