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경북 영주 사과따기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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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의 사과 농장. 가지마다 빨간 사과가 탐스럽다. 일명 소백산 꿀사과로 통하는 영주 사과는 햇볕이 좋았던 올해 특히 맛있다.
경북 영주시의 사과 농장. 가지마다 빨간 사과가 탐스럽다. 일명 소백산 꿀사과로 통하는 영주 사과는 햇볕이 좋았던 올해 특히 맛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소백산맥 자락에 묻혀 아늑함을 자아내는 경북 영주시. 요즘 이곳은 거리마다 온통 빨간색으로 뒤덮여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수확기를 맞아 가지마다 탐스럽게 열린 빨간 사과가 그 주인공. 향긋한 사과향기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곳에 가면 새콤달콤하기로 유명한 영주 꿀 사과를 직접 따 먹을 수 있다. 또 노랗게 물든 부석사 은행나무 길과 아흔아홉 구비 죽령 옛길 탐험도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 파란 하늘, 빨간 사과, 노란 은행잎

이맘때가 되면 영주는 그야말로 삼원색의 물결이 출렁인다. 파란 가을 하늘, 그 밑에서 탱글탱글 익어가는 빨간 사과, 여기에 부석사 초입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면서 황홀경을 연출한다.

사과의 고장인 만큼 도로 곳곳마다 사과나무가 가로수처럼 죽 늘어선 모습도 이채롭지만 무엇보다 상자에 담긴 사과만 보다 나무에 매달린 것을 보니 더욱 싱그러운 느낌이다.

영주 사과는 적절한 기후와 일조량으로 유난히 빨간 데다 껍질이 얇고 향기와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 때문에 일명 소백산 꿀사과로 통한다. 사과는 수확하기 전 보름 동안 날이 맑아야 당도가 높은데 올해는 날이 좋아 사과 맛이 특히 좋다고. 찬 서리가 내리기 전인 이달 말까지 가장 맛있는 사과를 딸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사과밭마다 땅에 은박지를 깔아놓았다.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과의 아랫부분에 빛이 반사되도록 한 것. 빛을 받는 정도가 부위별로 달라 사과 하나를 놓고 당도를 재면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햇빛을 많이 받은 부분이 가장 맛있다.

○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사과 맛

대부분의 농장에서 빨간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농장 안에 들어서면 머리 위부터 허리 아래까지 마치 사과로 그물을 엮은 듯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사과나무 한 그루에 달린 사과는 보통 300여개. 많은 것은 600∼700개로 그야말로 주렁주렁 달려 있다는 말이 딱 맞다.

사과를 피해(?) 머리를 숙이고 조심조심 발을 옮기며 빨간 사과를 직접 따 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무엇보다 저농약 재배 사과로 현장에서 직접 따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손으로 쓱쓱 닦아 바로 먹을 수 있다. 코끝에 대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향긋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사과즙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사과를 딸 때 아래로 잡아채는 것은 금물. 사과를 감싸 쥐고 가지를 위로 살짝 올리면 똑 떨어진다. 사과 꼭지는 작은 마디(1.5cm) 부분까지 떼어내는 것이 요령. 이 마디 부분이 사과의 수분증발을 막아주어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또한 겉 부분에 밀가루처럼 하얀 가루가 뽀얗게 묻어있는 것이 신선하고 맛있는 사과다. 이는 사과 안의 당분이 바깥으로 스며 나온 것으로 이를 닦아내면 사과가 숨을 쉬지 못해 잘 크지 못한다고 한다. 때문에 껍질이 반들반들한 것은 보기에는 좋아도 맛에 있어선 거칠거칠한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사과 따기 체험 도중 현장에서 먹는 것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따는 만큼 사과를 사가야 한다. 가격은 1kg(어른 주먹만 한 사과 5∼6개)에 5000원. 그러나 후한 시골 인심으로 얹어주는 덤이 마음을 더욱 훈훈하게 해준다.

○ 부석사에서 맞는 황금빛 소나기

사과 따기 체험이 끝나면 노란 은행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부석사를 둘러보자. 의상대사가 676년에 창건한 부석사는 불국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보(무량수전, 석등을 비롯해 모두 다섯 점)를 많이 지니고 있는 보물 같은 사찰. 특히 빛날 화(華)자 형태로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건물 위로 바람이 불 때마다 황금빛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은행잎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영주시 풍기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의 경계에 위치한 ‘죽령 옛길’도 호젓한 가을 풍경을 즐기기엔 그만이다. 200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죽령길은 1910년대까지 경상도 동북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했던 요지로 예전에는 선비들의 ‘과거길’로 불리기도 했던 곳.

죽령 옛길의 출발지점은 희방사역 뒤편으로 300여m 이어진 아스팔트길. 이곳을 지나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옛길의 시작을 알린다.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옛 정취를 오롯이 간직해 문명의 자취라고는 전봇대뿐이고 물소리와 새소리만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길도 비교적 널찍해 두 명이 나란히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기에 좋다. 초입에서부터 고갯마루까지 1시간30분가량 걸리며 하산길에 죽령산신당에 들르면 옛길에 얽힌 전설과 민담을 만날 수 있다.

사과 따기 체험은 개별적으로도 할 수는 있지만 농장주 입장에서 한두 사람을 위해 일일이 신경 쓰기가 쉽지 않아 가급적 여행상품을 이용해 단체로 가는 것이 편리하다.

○ 빨간 사과 따기 체험 여행상품

기차여행으로 빨간 사과 따기, 부석사 관람, 죽령 옛길 탐험을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상품이 다음 달 7일까지 판매된다. 어른 5만5000원, 어린이 4만3000원. 문의 지구투어 02-3391-3035∼6

경북 청송군 주왕산과 부석사 은행나무 숲길 걷기,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무박 2일 버스여행 상품도 있다. 어른 5만7000원, 어린이 5만3000원. 문의 우리테마 02-733-0882

▼1박 2일 떠나볼까▼

1.영주 도착→부석사 노란 은행나무 숲길 걷기(입장료 어른 1200원, 어린이 800원)

2.빨간 사과 따기(부부농원 054-636-7035·현장에서 딴 것은 모두 구입해야 한다·kg당 5000원)→숙박

3.죽령 옛길 탐험→귀가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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