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보니 아프리카는 사막이나 관목의 초원으로 뒤덮인 팍팍한 대륙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아프리카는 적도 위아래의 두 땅(남반구, 북반구)을 두루 갖춘 거대한 대륙으로 다양한 기후대를 갖고 있다. 그중 최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특별하다.
동북부 고원지대 사바나(아열대 초원)의‘게임 리저브’(‘사파리’라는 야생동물 관찰투어를 하는 야생동물 보호지역)는 우리가 아는 ‘보통의 아프리카’지만 남쪽 지중해성 기후의 해안(케이프 지역)은 연중 초록의 자연에서 골프를 즐기는 휴양 타운이 줄지어 늘어선 ‘뜻밖의 아프리카’다.
주민도 영국과 네덜란드인의 후예인 백인이다.
‘가든 루트(Garden Route)’는 이 같은 특별한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는 여행길. 그 길은 대서양변의 케이프타운(웨스턴케이프 주)과 인도양변의 포트엘리자베스(이스턴케이프 주)를
잇는 도로(N2)를 따른다.
‘아프리카 속의 유럽’을 체험할 가든 루트로 여행을 떠나 보자.》
○ 케이프타운을 떠나며
바르톨로뮤 디아스(1450∼1500·포르투갈)는 1488년 유럽인 최초로 희망곶을 지나 대륙 동편의 인도양을 발견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적도 근방에 가면 뜨거운 태양열로 바닷물이 펄펄 끓어 사람들은 모두 타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항해에 나선 디아스의 모험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케이프타운. 이어 1498년 바스코 다 가마(1469∼1524·포르투갈)가 희망곶을 지나 인도양을 횡단하는 인도항로를 개척했다. 그 후 케이프타운은 인도를 오가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무역선이 긴 항해를 앞두고 물자를 보충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들르는 항구가 됐다.
가든 루트는 이 아름다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을 뒤로 하고 줄곧 동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로. 출발은 오전 8시. 유럽도시를 연상시키는 와인산지 스텔렌보스를 거쳐 대서양 해안의 스트랜드를 지나면 길은 한동안 내륙의 산악을 통과한다. 그리고 두 시간쯤 후, 칼리돈이라는 온천마을에 도달할 즈음 유채꽃 만발한 거대한 구릉의 초원을 지난다. 이곳에 이르면 그제야 ‘가든 루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를 알게 된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구릉의 초원과 밀밭. 멀리 고산의 산맥을 배경으로 거대한 구릉을 노랗게 색칠한 유채꽃밭과 푸른 밀밭, 그리고 양떼 소떼가 고물거리는 초지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이곳. 그러다 마을 주유소 상점에서 원주민과 만나고 그 안에 진열된 목각인형을 만지작거리면서 비로소 여기가 아프리카임을 새삼 깨닫는다.
산과 구릉의 내륙 풍경에 싫증이 날 즈음, 그리고 시장기가 느껴질 즈음 드디어 시야에 바다가 들어온다. 그러나 이 바다는 케이프타운의 것과 다르다. 디아스가 찾고 다 가마가 개척한 ‘꿈의 바다’ 인도양이다. 디아스가 대륙의 땅 끝이라고 오해했던 케이프반도 남단에 ‘희망곶(Cape of Good Hope)’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그 바다다. 그 바다에서 ‘모슬베이’라는 아름다운 항구(인구 4만3000명)를 찾았다.
○ 디아스와 다 가마의 항구, 모슬베이
모슬베이를 찾은 최초의 유럽인은 디아스다. 때는 1488년 2월 3일. 적도를 통과한 뒤 나미비아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항해를 시작한 디아스는 해안을 따라 남행하다가 13일간 폭풍에 휘말린다. 대양으로 내몰린 디아스는 서해안을 찾아 동쪽으로 항해를 계속했다.
그러다 닿은 곳이 여기, 모슬베이다. 해안이 동향이 아니라 북향이라는 사실을 통해 자신이 대륙을 우회했음을 깨달은 디아스. 그는 귀향길에 폭풍해역의 해안에서 대륙남단이라고 추정되는 곳을 찾아 ‘폭풍곶(Cape of Storm)’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그 이름은 곧 희망봉으로 바뀐다. 당시 포르투갈 왕은 금과 향료가 풍부한 인도로 가는 동방항로를 열게 된 데 마음이 들떠 ‘희망곶’이라고 고쳤던 것.
모슬베이에 가면 꼭 들를 곳이 있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디아스 박물관이다. 거기에는 디아스가 탔던 당시 범선(카라벨 선)이 있다. 포르투갈 정부가 희망곶 발견 500주년(1988년)을 기념해 기증한 것으로 배에 올라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박물관 옆 정원의 ‘우편나무’. 수령 800년가량의 ‘밀크우드’라는 열대나무에 이런 희한한 이름이 붙은 데는 사연이 있다. 모슬베이는 16세기에 인도양을 횡단하는 범선의 기항지로 선원들은 고향에 보내거나 다음 배에 알릴 편지를 써서 이 나무 밑에 걸린 부츠에 넣어두고 떠났다고. 지금은 주물로 만든 부츠가 당시 역사를 간직한 그 나무 아래 기념비처럼 놓여 있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 △남아공=직항 편이 없어 홍콩에서 사우스아프리칸 항공(홍콩↔요하네스버그 직항·11시간30분 소요·www.flysaa.com) 이용. 한국사무소 02-775-4697, 8 △가든 루트=케이프타운 혹은 조지,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출발. 자동차여행이 좋다. 일정은 3, 4일이 적당.
▽홈페이지 △가든 루트=www.capegardenroute.org △남아공 관광청=www.satour.org
▽패키지 여행상품=크루거 국립공원 게임리저브 사파리, 케이프반도 투어 등 남아공은 물론 나미브사막(나미비아), 빅토리아폭포(짐바브웨), 로보스 트레인(호화관광열차)을 두루 섭렵하는 다양한 패키지가 나와 있다. 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 02-775-7756
웨스턴케이프(남아공)=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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