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 신동엽 VS 공형진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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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에서 무능한 잡지사 기자로 나오는 신동엽(왼쪽)과 귀신 역의 공형진. 사진제공 SBS
SBS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에서 무능한 잡지사 기자로 나오는 신동엽(왼쪽)과 귀신 역의 공형진. 사진제공 SBS
SBS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월 밤 8:55)는 탄탄한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신동엽(33)과 공형진(35) 등 두 명의 남자가 극을 이끌어가는 남남(男男)구도다.

공형진은 신동엽을 따라다니는 귀신으로, 신동엽의 눈에만 보이는 설정도 독특하다. 신동엽은 ‘귀신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셈. 신동엽은 귀신 공형진을 통해 삶의 이면을 발견하고, 공형진은 신동엽을 통해 세상과 교류한다.

두 사람은 서울 청운중-경복고 동문으로 공형진이 신동엽의 1년 선배다. 공형진은 1991년 SBS 탤런트 공채 1기로 데뷔했고, 신동엽은 같은 해 특채로 SBS에 입사했다.

두 사람이 20일 SBS 경기 고양시 탄현 제작센터에서 시트콤 연기와 서로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형진(이하 공)=너를 처음 알았던 게 86년이야. 내가 경복고 영자신문반이고 넌 방송반이었지. 정말 웃기는 후배 하나 왔다고 했어 지켜봤지. 나도 나름대로 웃긴다고 자부했거든.

△신동엽(이하 신)=형도 만만치 않았어.

△공=91년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개그 축제에서 배역도 없던 네가 객석에서 튀어나와 좌중을 휘어잡는 걸 본 적 있어. 그 때 ‘물건이다’ 싶었지. ‘혼자가 아니야’도 네가 아니면 안 했을 거야.

△신=형하고 호흡이 잘 맞아. 시트콤 연기는 ‘자연스러운 과장’이 필요해. 너무 모자라도 안 되고 일정 수위를 넘어서도 안 되는 그런 정도를 터득한 이는 많지 않아. 과장의 수위 조절이 시트콤의 관건인데 형과 나는 잘 맞는 것 같아.

△공=시트콤은 줄타기야.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야 하거든. 일상에 코미디가 얼마나 많아. 영화배우 김수로씨가 부친 장례식장에서 한 조문객에게 “아이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하고 물으니 이 조문객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버스타고 왔습니다” 하더래. 김수로씨가 이 말을 듣고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웃음을 참았대. 이런 것을 잡아내는 게 시트콤이야.

두 사람은 연기론과 시트콤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귀신을 믿느냐”고 묻자, 이들은 “있을 것 같지만 우리의 기가 너무 세 귀신이 붙지 못할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신=한국 시트콤은 송창의(MBC ‘남자 셋 여자 셋’ PD)식과 김병욱(SBS ‘순풍 산부인과’ PD)식 등 두 유형이 있어. 김병욱식은 완벽한 콘티 아래 애드리브가 전혀 없고, 송창의식은 자유로워서 촬영 도중 새로운 상황이 나오면 콘티를 바꾸기도 해. 두 방식의 장점을 뽑아 ‘신동엽식 시트콤’을 해보고 싶어.

△공=이런 이야기 하는 걸 보면 넌 (집안의) 막내 같지 않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엔터테이너인데 권위의식도 없고. 아무튼 요즘 네 짜증연기를 보면 나도 희열을 느껴.

△신=연기이긴 해도 스트레소 해소도 돼. 일상에서 그렇게 짜증내기는 힘들잖아. 그나저나 형은 몸이 근질근질 하겠어. 무게만 잡아야 하니 말야.

△공=나도 귀신으로서 웃기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오겠지. 그런데 이 시트콤은 결말이 참 슬플 거야. 결국 너랑 나랑 헤어져야 할 테니까.

두 사람은 대화 중 신뢰, 믿음, 만족 등 서로를 칭찬하는 단어를 자주 썼다. 시트콤 제목이 ‘혼자가 아니야’인 것은 이런 이유가 있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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