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형진은 신동엽을 따라다니는 귀신으로, 신동엽의 눈에만 보이는 설정도 독특하다. 신동엽은 ‘귀신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셈. 신동엽은 귀신 공형진을 통해 삶의 이면을 발견하고, 공형진은 신동엽을 통해 세상과 교류한다.
두 사람은 서울 청운중-경복고 동문으로 공형진이 신동엽의 1년 선배다. 공형진은 1991년 SBS 탤런트 공채 1기로 데뷔했고, 신동엽은 같은 해 특채로 SBS에 입사했다.
두 사람이 20일 SBS 경기 고양시 탄현 제작센터에서 시트콤 연기와 서로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형진(이하 공)=너를 처음 알았던 게 86년이야. 내가 경복고 영자신문반이고 넌 방송반이었지. 정말 웃기는 후배 하나 왔다고 했어 지켜봤지. 나도 나름대로 웃긴다고 자부했거든.
△신동엽(이하 신)=형도 만만치 않았어.
△공=91년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개그 축제에서 배역도 없던 네가 객석에서 튀어나와 좌중을 휘어잡는 걸 본 적 있어. 그 때 ‘물건이다’ 싶었지. ‘혼자가 아니야’도 네가 아니면 안 했을 거야.
△신=형하고 호흡이 잘 맞아. 시트콤 연기는 ‘자연스러운 과장’이 필요해. 너무 모자라도 안 되고 일정 수위를 넘어서도 안 되는 그런 정도를 터득한 이는 많지 않아. 과장의 수위 조절이 시트콤의 관건인데 형과 나는 잘 맞는 것 같아.
△공=시트콤은 줄타기야.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야 하거든. 일상에 코미디가 얼마나 많아. 영화배우 김수로씨가 부친 장례식장에서 한 조문객에게 “아이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하고 물으니 이 조문객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버스타고 왔습니다” 하더래. 김수로씨가 이 말을 듣고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웃음을 참았대. 이런 것을 잡아내는 게 시트콤이야.
두 사람은 연기론과 시트콤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귀신을 믿느냐”고 묻자, 이들은 “있을 것 같지만 우리의 기가 너무 세 귀신이 붙지 못할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신=한국 시트콤은 송창의(MBC ‘남자 셋 여자 셋’ PD)식과 김병욱(SBS ‘순풍 산부인과’ PD)식 등 두 유형이 있어. 김병욱식은 완벽한 콘티 아래 애드리브가 전혀 없고, 송창의식은 자유로워서 촬영 도중 새로운 상황이 나오면 콘티를 바꾸기도 해. 두 방식의 장점을 뽑아 ‘신동엽식 시트콤’을 해보고 싶어.
△공=이런 이야기 하는 걸 보면 넌 (집안의) 막내 같지 않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엔터테이너인데 권위의식도 없고. 아무튼 요즘 네 짜증연기를 보면 나도 희열을 느껴.
△신=연기이긴 해도 스트레소 해소도 돼. 일상에서 그렇게 짜증내기는 힘들잖아. 그나저나 형은 몸이 근질근질 하겠어. 무게만 잡아야 하니 말야.
△공=나도 귀신으로서 웃기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오겠지. 그런데 이 시트콤은 결말이 참 슬플 거야. 결국 너랑 나랑 헤어져야 할 테니까.
두 사람은 대화 중 신뢰, 믿음, 만족 등 서로를 칭찬하는 단어를 자주 썼다. 시트콤 제목이 ‘혼자가 아니야’인 것은 이런 이유가 있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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