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신의 괴물’… 맹수가 사라지는 지구

  • 입력 2004년 10월 22일 16시 54분


◇신의 괴물/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660쪽 2만8000원 푸른숲

인류가 치르고 있는 가장 긴 전쟁은?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들과의 전쟁이라고 한다. 사자, 호랑이, 표범, 악어, 상어, 거대한 도마뱀, 곰 같은 맹수들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공포와 두려움,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과학문명이 발전하면서 이 맹수(저자는 이를 ‘신이 만든 괴물’이라고 해서 책 제목으로 썼다)들이 멸종되고 있다. 축복일까, 재앙일까.

전 세계 오지 원주민과 동물을 연구해 온 자연생태 저술가인 저자는 ‘맹수’라는 특이한 코드로 인간과 자연, 삶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는 존재로만 여겨져 온 맹수들이야말로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이름 그대로 지혜를 갖기 시작한 때부터 맹수들은 자연계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절감하게 하는 역할을 해 왔다. 우리 역시 (맹수 입장에서는) 색다른 맛을 지닌 또 하나의 고기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함으로써 말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인간은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와 과학문명을 발달시키면서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생태계를 파괴해 왔다. 이 과정에서 맹수들은 멸종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향후 200년 안에 맹수들이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맹수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인간의 교만에 경종을 울리는 저자는 이 책에서 ‘맹수’라는 렌즈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태도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지근거리에서 대형 포식동물과 함께 위험한 삶을 살고 있는 세계 오지 원주민을 직접 만나 사라지고 있는 동물들뿐 아니라 사라지고 있는 인간, 그 둘간의 공존을 전한다.

악어를 조상으로 숭배하는 호주 북부 아넘랜드족, 곰과 함께 불안하게 살아가는 루마니아 카르파티아산맥의 양치기, 식량감인 소 사슴 멧돼지를 시베리아호랑이와 경쟁하며 사냥하는 러시아 비킨강의 우데게족 이야기는 흥미롭다.

인도 어느 숲에서 평생 살아 온 한 노인의 말은 깊이 음미할 만하다.

“사자들을 미워했지요. 사자들이 없으면 사는 게 훨씬 편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사자가 이곳에 머물 수 없다면 어디로 가서 살겠습니까? 오히려 (사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침입자인거죠…. 만약 사자가 사라진다면 숲도 사라질 것이고 나머지 모든 것도 사라질 거예요.”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