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앞에 초대형 나이트클럽이 웬말”

  • 입력 2004년 10월 22일 18시 36분


《국가 지정 문화재인 왕릉 앞에 대규모 나이트클럽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시설 인허가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선정릉(사적 199호)과 인접한 A호텔은 최근 호텔 주차장 부지에 1300평 규모의 건물을 증축했다. 대규모 나이트클럽이 들어설 이 건물 출입구와 선정릉 외곽 경계는 불과 폭 6m 정도의 이면도로만을 사이에 두고 있어 문화재보호 관련 심의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썬앤문그룹(회장 문병욱) 소유인 이 호텔은 올해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불법대선자금 등에 관한 청문회’에서도 문화재보호법을 무시한 건물의 증개축 및 용도변경이 논란이 됐다.

건물 증축과 관련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증축 건물은 지하시설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물 증축 접수대장에는 1300평 규모의 지하 3개층을 증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이 위치한 지면은 뒤쪽으로 경사져 있어 신축된 3개층 중 1개층은 지상에 완전히 노출됐기 때문에 지상 1층 지하 2층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 지상에 노출된 지하 1층의 면적은 약 300평으로 전체 지하 1층 면적(560여평)의 반을 넘는 것으로 확인돼 지상에 노출된 면적이 50% 미만일 경우에만 지하로 인정하는 현행 건축법에도 위반된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측 관계자는 “일부 지반을 높여 반지하 건물처럼 보이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축과는 별도로 이 건물에 대형 유흥시설이 들어선 점도 논란거리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보호구역(문화재구역 경계로부터 500m 이내, 서울시는 100m 이내) 내 건물의 증개축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각계 인사를 위촉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이 건물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의 합의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생략했다”고 시인했다.

또 구청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과 상충될 소지가 있지만 ‘신법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최근에 제정된 관광진흥법을 따랐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국가 재산을 보호하는 문화재보호법이 기타 법을 우선한다는 판례도 있으며, 미풍양속을 해치는 이런 시설이 왕릉 앞에 들어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감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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