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관훈토론]“여당 신문법안 너무 속보여”

  • 입력 2004년 10월 22일 18시 36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던 지난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사과하고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이종승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던 지난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사과하고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이종승기자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한나라당이 몸을 낮추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경우에 따라선 한나라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22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해 말 신행정수도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거듭 사과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박 대표는 “당시 다수당으로서 법 통과에 책임이 있다”며 “여당도 정략적으로 무리하게 수도 이전을 추진해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준 데 대해 책임 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와 함께 충청권을 포함한 지역균형 발전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지방균형 발전계획 마련을 위해 △수도권 과밀화 해소 △충청권 발전 △국토의 U자형 발전 △지방분권화 등 4개 프로젝트를 담당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또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안을 거론하며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1개사 30%, 3개사 60%로 제한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며 “여권이 시장점유율이 79%에 이른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문만 규제하겠다는 것은 정략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현안에 대한 소신도 분명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선거의 당내 주자로 거론되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에 대해선 “두 분은 모두 우리 당의 훌륭한 지도자”라며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는 것은 그때의 한나라당과 국민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당내 영남권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선 “내가 스킨십(긴밀한 접촉) 부족 등으로 욕을 얻어먹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당 운영을) 강하게 하려면 할 수 있지만 국민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정치 재개설에 대해선 “그분의 성품으로 볼 때 ‘그렇게 하실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대표는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일본군 복무 경력에 대해선 “‘어느 지위에 있으면 친일’이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친일행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와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현 정권이 국정 주도권 회복을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 추진을 강행할 경우엔 단호히 맞서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노무현 정권은 헌재 결정을 계기로 잘못된 국정운영 방식을 고쳐야 하며 4대 국론 분열법안을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4대 입법 중 가장 민감한 국보법 전선(戰線)에서 ‘개정 대 폐지’ 구도를 분명히 하고, 여권이 폐지에서 개정 쪽으로 선회하지 않을 경우 여야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론이 국보법 개정을 폐지보다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을 뒤에 업은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당분간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여권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는 대여 전술을 구사할 예정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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