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긴’의 주역 무용수 강수진씨(37)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성의 순진함과 예민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타티아나는 나하고 비슷해 애정이 깊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동명 시극을 3막6장으로 구성한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으로 25,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오네긴’은 허무주의에 빠진 청년 오네긴과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
강씨는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카멜리아 레이디’의 마르그리트 등 드라마틱 발레의 세계적인 주역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다음 내한공연 때는 코미디를 선보이고 싶어요.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타리나 역을 1997년에 처음 했는데, ‘내 속에 이처럼 웃기는 면이 있나’ 하고 스스로도 놀랐어요. 그런 면은 신랑(둔치 서크만) 말고는 잘 모르거든요.”
무용평론가 장광렬씨는 최근 강수진씨의 라이프스토리를 담은 책 ‘당신의 발에 입 맞추고 싶습니다’를 펴냈다. 강씨는 이 책 속 장씨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 온 과정을 털어놓고 어릴 적 사진도 공개했다. 강씨는 “나에 관한 책이 나오기엔 아직 이르지만, 후배들에게 무대 뒤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2년 전 내한 공연 때 소개돼 팬들을 놀라게 했던 (고된 연습 때문에) ‘나무둥치처럼 변한 발’ 사진도 다시 실었다. “지금도 발이 그런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더 기형적으로 돼 신랑이 ‘피카소 식’으로 변해간다고 한다”며 활짝 웃었다.
공연은 25, 26일 오후 8시 세종문회회관 대극장. 5만∼20만원. 02-399-1114∼7
허 엽기자 he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