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액스-베레초프스키, ‘건반위의 시인이냐 사자냐’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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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 같은 중용의 절도를 지키며 세련된 음색을 빚어내는 50대의 미국 연주자가 한 수 위일까, 아니면 엄청난 힘과 지구력을 뿜어내는 30대 ‘러시아의 젊은 사자’가 더 매력적일까.

만추(晩秋)의 피아노 음악 팬들이 즐거운 비교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미국인들이 가장 친근하게 생각한다는 피아니스트 에마뉴엘 액스(55)가 2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8개월 만에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이어 2001년 이후 세 번의 내한 연주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상상을 뛰어넘는 기교를 과시했던 러시아의 보리스 베레초프스키도 11월 13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베레초프스키는 2003년 내한 연주에서 스스로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하룻밤 동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다섯 곡을 세 시간에 걸쳐 연주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2년에는 ‘가장 치기 어려운 피아노곡’으로 꼽히는 리스트의 초절(超絶)기교 연습곡 전곡에다 리스트의 다른 곡들까지 얹어 연주해 팬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베레초프스키는 이번 연주 프로그램을 뚜렷하게 색깔이 나뉘는 1·2부로 구성했다. 1부에서는 쇼팽의 연습곡 작품 10, 작품 25 하이라이트를 20세기 초 피아니스트 레오폴드 고도프스키의 편곡 악보와 비교 연주한다. 고도프스키의 편곡판은 ‘인간 손의 한계를 탐색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어려운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 2부에서는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전곡을 특별히 구성한 배경 영상과 함께 연주한다. 앞뒤 재지 않고 코뿔소처럼 밀어붙이는 베레초프스키의 ‘괴력’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액스도 이번 내한무대를 누구나 쉽게 선보일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기는 마찬가지. 베토벤의 초기 작품인 소나타 2번과 3번을 1부에 배치했고, 쇼팽의 발라드 4곡 전곡을 2부에 선보인다. 매끈하면서도 세련된 분절법(分節法·프레이징), 깨끗한 소리결, 누구도 토를 달기 힘든 중용의 템포로 청중을 사로잡는 그의 면모를 조감하기에 안성맞춤인 작품들이다.

베레초프스키 공연 3만∼8만원, 02-541-6234, www.mastmedia.co.kr. 액스 공연 2만∼9만원, 02-720-6633, www.youngartistgroup.com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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