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집에 실린 단편소설 여섯 편은 모두 독일 베를린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교포들의 사연을 담았다. 전 남편 슬하에서 실어증에 걸려 있는 아이를 만나려고 베를린에서 뉴질랜드까지 먼 여행을 떠난 여인 최유정의 이야기(‘빈들의 속삭임’), 방북 사건에 연루돼 귀국을 하지 못한 채 독일의 성당 잡역부로 일하고 있는 한 한국인의 쓸쓸한 사연(‘네게 강 같은 평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다가 목과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귓가에 남은 음성’) 등이 실려 있다.
공씨는 “2002년 2월부터 한 해 동안 교환교수로 독일에 갔던 남편(이해영 한신대 교수)과 함께 베를린 생활을 했다”며 “가서 보니 독일 교민사회라는 공간이 진보 보수 외에 출신지역으로도 갈라져 있었고, 실제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서 실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옮기려고 했다”며 “단편 ‘별들의 들판’에 나오는 동성애자 이야기나 쌍둥이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놀랐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자기가 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만만한 한국인 여성과 위장 결혼하는 독일 동성애자, 독일서 이혼한 한국인 부모가 어린 쌍둥이 자녀를 한 명씩 나눠서 데려가는 바람에 자신이 쌍둥이인 줄 모르고 자란 이야기가 나온다.
공씨는 특히 독일에 대해서도 “독일인들은 아직 동독, 서독이란 말을 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베를린을 둘러보니 트리 불빛이 반짝이는 서쪽과 캄캄하기만 한 동쪽으로 갈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않아 문장조차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제부턴 정말 다작(多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사형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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