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별들의 들판’ 펴낸 공지영 “獨 교민 삶 그려”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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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씨(41)가 26일 연작소설집 ‘별들의 들판’(창비)을 펴냈다. 2001년 기행문집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펴냈지만 본업인 소설을 펴내기는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단편소설 여섯 편은 모두 독일 베를린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교포들의 사연을 담았다. 전 남편 슬하에서 실어증에 걸려 있는 아이를 만나려고 베를린에서 뉴질랜드까지 먼 여행을 떠난 여인 최유정의 이야기(‘빈들의 속삭임’), 방북 사건에 연루돼 귀국을 하지 못한 채 독일의 성당 잡역부로 일하고 있는 한 한국인의 쓸쓸한 사연(‘네게 강 같은 평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다가 목과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귓가에 남은 음성’) 등이 실려 있다.

공씨는 “2002년 2월부터 한 해 동안 교환교수로 독일에 갔던 남편(이해영 한신대 교수)과 함께 베를린 생활을 했다”며 “가서 보니 독일 교민사회라는 공간이 진보 보수 외에 출신지역으로도 갈라져 있었고, 실제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서 실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옮기려고 했다”며 “단편 ‘별들의 들판’에 나오는 동성애자 이야기나 쌍둥이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놀랐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자기가 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만만한 한국인 여성과 위장 결혼하는 독일 동성애자, 독일서 이혼한 한국인 부모가 어린 쌍둥이 자녀를 한 명씩 나눠서 데려가는 바람에 자신이 쌍둥이인 줄 모르고 자란 이야기가 나온다.

공씨는 특히 독일에 대해서도 “독일인들은 아직 동독, 서독이란 말을 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베를린을 둘러보니 트리 불빛이 반짝이는 서쪽과 캄캄하기만 한 동쪽으로 갈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않아 문장조차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제부턴 정말 다작(多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사형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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