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선우]의원들의 빗나간 ‘韓流탄원’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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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禹相虎) 의원 등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5명이 병역비리에 연루된 탤런트 송승헌의 입영 일자를 두 달 연기해 달라는 탄원서를 27일 병무청에 보냈다. 같은 당의 이미경(李美卿) 문광위 위원장도 같은 취지의 탄원서를 별도로 제출했다.

송승헌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 ‘슬픈 연가’의 주연을 맡았으나 이번 사건으로 중도하차했다. 그는 역시 병역비리에 연루된 탤런트 한재석 장혁 등과 함께 11월 군에 입대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탄원서 제출 이유에 대해 “한류(韓流)의 주인공인 데다 촬영을 위해 (병역 면제가 아니라) 입대 일자를 연기해 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측은 “외국자본이 (일부) 투자된 ‘슬픈 연가’의 제작이 차질을 빚으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측도 “우수한 한류 콘텐츠를 해외에 보급하는 것은 문광위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송승헌이 출연하는 ‘슬픈 연가’가 과연 시청자가 박수치는 ‘우수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또 아시아 시장에서 ‘슬픈 연가’가 방영될 때, ‘송승헌의 불법’이 알려지면 한국의 대외 이미지는 더 실추될 게 뻔하지 않은가.

더구나 ‘슬픈 연가’는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은 21일 제작발표회에서 송승헌의 탈락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탤런트 한재석도 KBS2 ‘해신’에 캐스팅돼 중국에서 촬영 중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그만뒀다. 이런 상황인데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형평성을 무시한 채 뒤늦게 송승헌만 ‘탄원’하고 나섰다.

의원들의 탄원서 제출이 알려진 27일 인터넷 게시판에는 “입법부가 예외를 만들어 특정인을 편든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MBC 박종 제작이사도 “(송승헌의 출연은) 시청자 정서에 맞지 않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그가 출연하면 ‘슬픈 연가’를 방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한류 진흥에 대한 ‘열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병역비리 탤런트까지 두둔한다면 그 열정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것이다.

김선우 문화부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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