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21>항공(航空)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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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航空의 날이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인류가 가장 이루고 싶어 했던 오랜 꿈이었다. 지금은 민간인의 우주여행도 가능한 시대에 진입했다.

인간은 일찍이 자신이 살고 있는 땅위를 이동할 수 있는 기물을 발명했고, 다시 주위의 강이나 바다를 航海(항해)할 수 있는 배를 발명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기술은 극히 최근에 들어서야 발전했다. 중국인들은 하늘을 나는 기계 역시 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과 유사한 기술에서 나왔다고 생각한 탓일까. 航海와 航空에서의 航은 동일한 글자를 쓴다.

航은 舟와 亢으로 구성되었는데, 亢은 소리부도 겸한다. 舟는 바닥이 평평하고 이물과 고물이 직선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의 중국 고유의 平底船(평저선)을 본뜬 글자이다.

亢의 갑골문(왼쪽 그림)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만, 사람의 정면 모습과 발 사이로 비스듬한 획이 더해졌음은 분명하다. ‘설문해자’에서는 사람의 목을 그렸다고 했고 곽말약은 높은 곳에 선 사람을 그렸다고 했지만, 차꼬(죄수의 발에 채우던 형구)를 찬 사람의 모습이라는 설이 원래의 자형에 근접해 보인다.

그래서 亢은 죄수가 형벌을 견뎌내듯 버티다, 저항하다, 맞서다 등의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抗은 손(手·수)으로 버팀(亢)을, 伉은 맞서는(亢) 사람(人·인)을, 항(목 항)은 머리(頁·혈)를 받치고(亢) 있는 목을 말한다. 그래서 航은 원래 물의 부력을 견딜(亢) 수 있도록 배(舟)를 나란히 잇대어 만든 다리 즉 浮橋(부교)를 말했으며, 이로부터 물위를 건너다는 뜻을 가지게 된 글자다.

空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부터 穴(구멍 혈)과 工(장인 공)으로 구성되었는데, 工은 소리부도 겸한다. 穴은 황토 지역에서 언덕에 동굴을 파고 무너지지 않도록 양쪽으로 받침목을 댄 모습으로부터 ‘구멍’의 뜻이 나왔다. 工은 고대 중국에서 담을 쌓거나 집을 지을 때 진흙을 다지는 도구로, 그것이 황토 지역의 가장 중요한 도구였기에 ‘工具(공구)’를 대표하게 되었다.

그래서 空은 ‘도구(工)로 판 동굴(穴)’이라는 의미인데, 동굴은 사람이 살거나 물건을 저장하기 위한 장소였다. 집이든 창고든 사람이 살고 물건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빈 공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空에는 空間(공간)과 ‘비다’는 뜻이 생겼다. 이후 비다는 뜻으로부터 ‘하늘’의 뜻이, 또 비다는 뜻이 추상화 되면서 불교의 ‘공’이라는 개념까지 대신하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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