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예술가들은 무슨 미생물 같아요. 가장 더럽고 후진 지역에 들어가서 더러운 거 다 먹어치우고, 깨끗하게 해놓으면 땅값은 올라버리고, 그러고 나면 또 다른 더러운 곳을 찾아 떠나야 하죠.”
그렇다. 뉴욕 예술가들은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10번가에 모여 살다가 소호 거리로, 소호에서 윌리엄스버그로, 다시 사우스브롱크스로 이사를 거듭하면서 살고 있다. 값싼 스튜디오를 얻기 위해 폐공장 건물에 들어가서 예술혼을 사르다 보면 부동산 값이 ‘예술적으로’ 올라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가 펴낸 책 ‘뉴요커’(마음산책)는 뉴욕과 거기서 예술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문 31편, 그가 직접 그리고 찍은 그림과 사진 86점이 실려 있다.
“낯선 곳에 온 관광객처럼 평생을 살아가리라고 다짐했다”는 그는 뉴욕 곳곳을 돌아다닌 체험을 개성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가령 지금은 사라져버린 뉴욕 쌍둥이빌딩을 회고하면서 두 빌딩 꼭대기에 줄을 걸어놓고 왕복했던 고공 줄타기의 명수 필립 프티, 그리고 그가 ‘입주 예술가’로 살았던 세계 최대 고딕성당 세인트 존 더 디바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문집 ‘뉴요커’에는 가난하지만 열정적인 뉴욕의 예술가 커뮤니티에 대한 강한 애착, 그리고 미술가의 예민한 감성이 번득인다.
“처음 뉴욕 빌딩 숲을 봤을 때 그 수직성에 ‘들려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수직성의 이유는 단순하지요. 땅값 비싼 데서 공간을 많이 확보하려는 거니까요. 뉴욕에서 성공하려는 예술가들은 그런 시장논리를 다 받아들인 채 경쟁에 나섭니다. 그 얼굴에는 ‘정글 속의 야성’ 같은 게 있지요.”
박씨는 브루클린 공장지대의 예술가 건물에 스튜디오 겸 집을 빌려 남편, 고양이와 함께 산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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