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우리는 우리를 넘어섰다’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6시 54분


코멘트
◇우리는 우리를 넘어섰다/한익수 지음/276쪽 1만1800원 고즈윈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라 하면 뭐가 연상될까. 극렬한 파업, 대량 해고, 폐업 위기….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리라.

그런데 요즘 거기에 가 보면 그게 아니란다. 우선 정리정돈이 잘 돼 공장 전체가 매우 깔끔해졌음을 느낄 수 있단다. 공장 바닥이 워낙 깨끗해서 밥상을 차려놓고 식사를 해도 될 정도라니…. 직원들의 표정도 밝다. 작업을 시작할 때 외치는 “안전작업, 완벽품질, 내 손으로! 좋아! 좋아!”라는 목소리도 활기차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리처드 왜고너 회장은 “전 세계 GM 계열사 임원들은 대우차 부평공장을 학습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기적이 일어났다”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것.

이런 경영혁신을 이루는 데 앞장선 한익수 전무가 이 책을 썼다. 1976년 대우차에 입사해 잔뼈를 키워 온 저자는 2001년 2월 1750명의 직원이 정리해고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GM은 대우차의 여러 공장 가운데 부평공장은 인수하지 않았다. 살아난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인수를 미룬 것이다. 숱한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회사를 떠나는 참담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을씨년스러운 공장에서 생산본부장이던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빗자루를 든 것이었다. 작업현장을 말끔히 정리하는 일이었다. 이미 1991년 차체2부 부장 시절에 불만이 들끓던 작업장 분위기를 빗자루로 해결한 경험이 있었다. 먼지투성이 작업장에서 숨쉬기조차 힘든데 생산성을 높이라 하니 불평이 높아갈 수밖에…. 그는 솔선해서 빗자루를 들었고 환기장치를 개선했다. 가장 지저분하던 차체2부 공장이 가장 깨끗한 곳이 되었다. 부서원들의 표정도 밝아졌고 생산성도 쑥쑥 올라갔다.

이 경험을 2001년 봄부터 부평공장 전체에 적용했다. 주위가 청결해지자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개인별 청소구역이 정해졌다. 1인당 20평가량을 맡았다. 이런 활동에 ‘환경품질 책임제(RBPS·Responsible Boundary Production System)’라는 멋진 이름까지 붙였다. 청소뿐만 아니라 1분 명상, ‘가시 바구니 털기’ ‘오픈 하우스’ 등의 활동도 RBPS에 포함시켰다.

‘가시 바구니 털기’는 마음속에 품은 불만(가시)을 털어내기 위해 자연휴양림 같은 곳에서 숙박하며 불만사항을 게시판에 써 놓아 개선책을 찾는 행사다. ‘오픈 하우스’는 동료의 집을 방문해서 간단히 식사하며 친목을 다지는 일.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 속에 책임, 자율, 상호배려 정신이 뿌리내렸다. 원가절감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이 쏟아졌다. 노조위원장도 취임 첫날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했다. 마침내 GM이 전 세계 관련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에서 부평공장이 전 분야 ‘우수’를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경영정상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해고자들도 거의 복직됐다.

이 책엔 심신 건강을 위해 하루 1시간씩 독서, 1시간씩 운동을 한다는 저자의 성실성이 배어 있다. 생산성 향상을 이룬 숱한 실천사례가 담겨 있다. 위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부평공장 임직원들의 열정도 듬뿍 실려 있다. 경영실무에 유용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책이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