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게 한다.
슬픔은
죄를 모른다,
사랑하는 시간보다도 오히려.
슬픔은 내가
나를 안는다,
아무도 개입할 수 없다.
슬픔은 나를
목욕시켜준다,
나를 다시 한 번 깨끗게 하여준다.
슬픈 눈에는
그 영혼이 비추인다.
고요한 밤에는
먼 나라의 말소리도 들리듯이.
슬픔 안에 있으면
나는 바르다!
신앙이 무엇인가 나는 아직 모르지만,
슬픔이 오고 나면
풀밭과 같이 부푸는
어딘가 나의 영혼……
― 시집 ‘가을의 기도’(미래사) 중에서
슬픔을 위해 기쁨을 삼갈 것까지야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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