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브람스가 이렇게 우습게 쓴 데가 다 있지?”
피아니스트 이경숙씨(60·연세대 교수)의 목소리였다. 기자가 노크를 한 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씨(55·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의 교수실에 들어간 뒤에도 웃음은 한동안 그치지 않았다.
한국 기악계를 대표하는 두 ‘대모’가 10년 만에 듀오 무대를 갖는다. 11일 오후 7시반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고양어울림극장(대극장), 14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곡 전곡이라는 육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김 교수 연구실에서 한창 연습 중인 두 사람을 만났다.
―두 분이 원래 친하셨나요.
▽김남윤=이 언니(이경숙)가 유학 후 먼저 전임으로 와 계시던 경희대 음대에 제가 78년 임용된 뒤 단짝처럼 어울려 다녔어요. 항상 같이 놀았죠. ‘쎄쎄쎄’도 하고.(웃음)
▽이경숙=서로 음악에 있어서나 인생에 있어서나 열정이 넘치던 시절이었죠. 남윤이는 그 뒤 서울대로, 저는 연세대로 옮겼지만 너무 친해요. 전화로 항상 수다 떨고….
두 사람은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다시 만났고 이 교수가 먼저 92∼97년 음악원장을, 김 교수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음악원장으로 재직해오고 있다.
―브람스 소나타 전곡은 누가 고르셨나요.
▽김=제가 골랐어요. 저는 ‘브람스에 미친’ 사람이라, 또 가을이라는 절기에도 브람스가 너무 잘 맞고…. 그런데 연습하다 보니 여름 같은 브람스가 될까 걱정이네요.
▽이=‘테크닉이 왜 필요한가. 답은 브람스를 연주하기 위해’라는 말이 있어요. 겉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그가 가진 ‘깊이’를 표현하자면 작품이 완전히 손에 익어 있어야 하죠.
―새삼스러울지 모르지만 연주자로서 서로를 평하신다면….
▽이=김 선생님(문득 남윤이에서 호칭이 바뀌었다)은 무대에서 청중에게 호소하는 능력이 탁월한 연주가예요. 게다가 티칭(가르치는) 실력은 국보감이죠. 김지연 이유라…. 제자들만 꼽아 봐도 알 수 있죠.
▽김=이 선생님의 능력은 엄청나요. 하룻밤 사이에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3곡 전부를 연주하는 무대를 본 일이 있어요. 연주의 양뿐 아니라 그 다이내믹함에 감동하고 말았죠.
―앞으로도 자주 듀오 무대를 가지실 건지.
▽이=우리 둘이 꼭 약속한 게 있어요. 연주는 마약 같아서 계속 욕심이 나게 되죠. 게다가 나이가 들면 오기로 하게 돼요. 그런데 늙어서 손이 못 따라간다면 서로 등짝을 치면서 말리기로 했어요.(폭소)
고양 8000∼4만원, 서울 예술의 전당 1만∼4만원. 02-391-2822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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