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

  • 입력 2004년 11월 5일 17시 00분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장동민 지음/344쪽 1만2000원 청아출판사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장동민 지음/344쪽 1만2000원 청아출판사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장동민 지음/344쪽 1만2000원 청아출판사

○ 조선의 임금은 현대인과 비슷했다

“맛있구나.” “늘 먹던 음식인데 맛이 다르구나.”

수라간 궁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역사 드라마를 시청하던, 특히 남성 시청자들은 “임금 팔자 거참…”하며 입맛을 다신 적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최고 실력의 요리사들이 애써 음식을 장만해 내놓으면 맛을 보고 한마디씩 하는 게 임금의 일과였으니까. 또는 드라마에서 그렇게 보였으니까.

옛날 왕들은 좋은 제철 음식을 먹었지만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때문에 병치레를 많이 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기 위해서는 적당히 먹고 운동을 해야 한다. 궁중 수라간을 다룬 사극 ‘대장금’의 한 장면. 사진제공 MBC

그러나 부러워할 것 없다.

“옛 사람 중 현대인과 비슷한 조건에서 생활했던 사람을 찾아본다면 바로 ‘왕’이다.” 현역 한의사인 저자의 진단이다.

충분한 영양 섭취에 비해 너무 적은 운동량, 격무와 끊임없는 스트레스…. 그래서 조선 역대 왕들은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온갖 성인병에 시달렸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눈병과 종기를 달고 살다시피 했다.

그러나 명색이 임금인데 대책이 없었겠는가. 드라마에서 보듯, 최고의 요리사들만큼이나 당대 최고의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옛 임금들처럼 충분한 영양과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 몸을 덜 쓰며 사는 우리도 그들의 비방(秘方)에서 바람직한 양생법(養生法)의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식사는 적게 하루 다섯끼… 건강 위해 음주 권해

먼저 식사에 대해 말하자면, 조선의 임금들은 적게 여러 번 규칙적으로 먹었다. 하루 다섯 끼였으니 준비도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게다가 항상 제철 음식이 대령됐다. 봄에는 산나물 모둠인 오신반(五辛盤), 여름 단옷날에는 열을 푸는 천연 청량제인 제호탕, 가을에는 풍성한 햇곡식과 과일, 겨울에는 우족을 고아 굳힌 전약 등을 먹었다.

술도 양생술(養生術)의 일부였다. 세종대왕이 한발(旱魃)을 걱정해 술을 들지 않을 때마다 신하와 어의들이 한목소리로 건강을 걱정하며 음주를 권했다. 궁중 양조법의 일부는 대궐 밖으로 전해져 오늘날 경주 교동법주 등 명주로 재탄생했다.

운동 역시 많은 왕들이 제대로 따르지 않았을 뿐 원칙적으로 강조됐다.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임금님들도 골프를 쳤다. 우리가 서양의 ‘폴로’와 닮은 경기로 알고 있는 격구(擊毬)가 그것이다. 말을 타지 않고 구멍에 공을 넣는 격구도 있었던 것이다.

공은 달걀만 한 크기로 마노를 깎아 만들었고, 채는 두꺼운 대나무와 물소 가죽으로 만들었다. 여러 개의 클럽을 사용한 것도 오늘날의 골프와 같다. 빠르게 쳐야 할 때는 가죽을 얇게 댄 채를 사용했다.

그 밖에 매 사냥과 활쏘기도 임금들이 즐긴 운동이었다. 활쏘기는 정신집중력과 절제력을 배양하는 데다 단전호흡 효과까지 있으니 군주의 운동으로는 일품이었다.

○ 조선 군주 평균수명 46세… 대체로 오래 살아

‘밤 생활’도 당연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큰 요인이었다. 궁중 내시들은 ‘20세까지 하루 2회, 30세까지 하루 1회, 40세까지 3일 1회…’로 제한하는 ‘옥방비결’을 외우고 다녔다. 양기를 돋우는 대표적 음식으로는 참새를 넣어 쑨 찹쌀죽이 있었다. 왕이 이 죽을 먹은 날 왕을 모시는 궁녀는 무척 고생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렇게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실제 조선의 군주 27명 중 연산군 광해군을 뺀 25명의 평균 수명은 46세 남짓이었다. ‘왕도 별것 아니네…’ 할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영양과 업무상의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나쁘지만은 않은 성적표였다. 게다가 일찍 죽은 왕들은, 대부분 주치의의 권고를 무시하거나 비전문가를 끌어들였다가 명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임금이라도 먹는 데서 순리를 거역하면 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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