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어민 열풍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원어민 교사가 비(非)원어민 학생을 대할 때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언어적 우월감을 왜 인식하지 않습니까.”
지난주 영어교수법에 대한 강연을 위해 내한한 홀리데이 교수는 적어도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교수법을 이수한 사람이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프랑스어 교사가 되려면 4년 대학과정을 마치고 1년간 프랑스에서 프랑스어 연수를 한 뒤 다시 1년간 교수법을 배워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원어민들은 별다른 자격 없이 영어가 모국어라는 이유만으로 교사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영어를 가르치는 데는 4∼6주 만에 마스터할 수 있는 기술뿐 아니라 철학과 교육학이 동원돼야 한다는 것이 홀리데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수년전 영국에서 BATQI(British Association of Tesol Qualification Institute)라는 단체를 통해 영어교사 자격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홀리데이 교수 역시 20대부터 17년간 중동 일대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부인이 이란인이며 처음 영국문화원 소속 교사로서 영어를 가르친 곳도 이란이다.
“저 역시 중동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서구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영어를 배우도록 학생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란인들이 피동적이고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 문화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그는 차츰 중동의 문화를 이해하게 됐고 서양의 사고와 문화가 우월하거나 원어민 중심의 교육법이 꼭 낫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됐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무조건적으로 원어민 문화에 이끌리거나 휘말리지 않고 한국의 문화와 관습을 지켜가면서, 다른 문화도 수용하는 세계인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어유치원 붐과 관련해 그는 “영어보다는 교육이 먼저”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원어민이 한 두 시간 보조교사로서 영어만을 가르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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