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 공연만 2500회를 훌쩍 넘긴 윤문식(61), 김성녀씨(54).누구보다도 맛깔스럽게 이 맛을 만들어낼 줄 아는 배우들이다.
두 사람은 20일부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북측 광장 천막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당놀이 ‘삼국지’에서 각각 조조와 제갈공명을 맡았다. 김씨는 이를 위해 남장을 하고 출연한다.
‘삼국지’는 극단 미추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판소리 ‘적벽가’를 합쳐 마당놀이로 옮긴 것. 이로써 ‘별주부전(수궁가)’ ‘춘향전(춘향가)’ ‘흥보전(흥보가)’ ‘심청전(심청가)’에 이어 ‘적벽가’까지 판소리 다섯마당이 모두 마당놀이로 완성되게 됐다. 25년 동안 관객을 울리고 웃겨 온 ‘마당놀이 단짝’을 4일 만났다.
● 25년 황금 콤비
“아휴, 아까 먹은 치즈가 상했나봐, 속이 안 좋아.”
조금 늦게 나타난 김씨의 말을 윤씨가 바로 받는다.
“아따, 치즈가 왜 상해, 누이가 상한 거지.”
인사 없이 농부터 걸만큼 두 사람은 허물이 없다. 처녀 총각 시절부터 연극을 함께 했고, 마당놀이만도 25년을 같이 해 왔으니 쌓인 세월의 두께는 윤씨의 말마따나 “잠만 같이 안 잘 뿐 부부나 다름없다.”
“마당놀이는 결코 ‘개그’가 아니에요. 현실에 바탕을 둔 날카로운 풍자가 마당놀이의 생명이죠.” (윤)
올해 ‘삼국지’에서는 이라크 문제, 이해찬 총리 발언 파문 등 시사성 있는 이슈를 시원스럽게 풍자한다. 그동안 판소리 다섯마당 중 ‘적벽가’만 마당놀이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은 적벽대전이 갖는 작품의 스케일 때문. 화살 10만개가 날아가는 스펙터클한 장면 등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이번 공연의 관심거리다.
● 애드리브의 달인 vs 마당놀이의 여왕
농담을 할 때 ‘누이’ ‘자기’하던 호칭은 이야기를 시작하자 어느새 ‘윤 선생’ ‘김 교수’(중앙대 한국음악과)로 변했다.
“김 교수는 푹 곰삭은 젓갈 같은 맛을 내는 배우죠.”
“마당놀이는 30%가 애드리브인데, 윤 선생은 관객들을 폭소로 뒤집어지게 만드는 애드리브의 달인이에요.”
주연으로 ‘장기 집권’ 중인 두 사람은 “베테랑 후배들이 잘 받쳐준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김씨는 “윤 선생이 ‘JP가 정계 은퇴하면, 나도 그만둔다’고 농담을 해왔는데 올해 JP가 진짜로 은퇴했는데도 아직 그만두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자 윤씨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로 애드리브를 날렸다.
“아, 원래 정치는 짧고 예술은 긴 벱이잖여∼”
12월12일까지. 화수목 오후 7시반, 금토 3시 7시반, 일 1시 5시. 2만5000∼3만5000원. 02-747-5161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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