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토월극장, 리차드3세에 굴복할까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59분


코멘트
연극 ‘꼽추, 리차드 3세’가 과연 ‘토월극장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5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꼽추, 리차드3세’의 첫 주말 평균 객석 점유율은 82.5%(유료 관객 54.8%). 이는 지금까지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연극으로는 최고의 성적이다.

토월극장은 무대가 크고 깊어 연출가들이 욕심을 내지만, 연극 흥행에서는 악명 높다. ‘렌트’ 등 뮤지컬은 성공했지만, 이상하게도 연극은 객석점유율 40%를 밑돈 작품이 수두룩할 만큼 줄줄이 맥을 못 췄다.

토월에서 연극 흥행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객석 사이즈’를 꼽는다. 대학로 극장이 100∼300석 규모인데 비해 토월극장은 675석이다. 표를 팔 수 없는 ‘사석(死席)’이 많아 실제 사용가능한 좌석은 500석. 그러나 무대는 1000석 규모에 맞는 크기다. 무대에 맞는 규모의 작품을 올리면 제작비가 많이 들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들게 된다. 이 때문에 대관 공연 대신, 예술의 전당 자체 기획 연극이 주로 올려진다.

또 무대장치가 들고나는 ‘포켓’(층무대)이 무대 한쪽에만 있어 무대 전환이 많은 작품보다는 고전극 등 정극 위주로 공연될 수밖에 없다. 작품 선정에 이미 한계를 지니는 셈.

한 중견 연출가는 “국내 연출가들은 대부분 소극장에만 익숙해 토월극장처럼 큰 무대는 제대로 소화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극장에선 발성훈련이 제대로 안 된 배우가 관객에게 대사를 전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토월극장은 연출가에게도 도전이지만, 배우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무대인 셈이다.

예술의 전당 측도 “토월극장에 고전 명작 시리즈가 적합할 것 같아 기획했다”며 “그 하나로 이번에 올린 셰익스피어의 ‘꼽추, 리차드 3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