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겨울철새의 낙원 천수만

  • 입력 2004년 11월 11일 16시 37분


이맘때면 해질 무렵 서산 천수만에는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새들이 호수를 박차고 오를 때마다 마음까지 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이맘때면 해질 무렵 서산 천수만에는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새들이 호수를 박차고 오를 때마다 마음까지 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 어느새 초겨울 기운을 머금은 찬바람을 타고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겨울철새. 북녘에서 날아온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은 서산 천수만이다. 이달 말까지 이곳에 가면 기러기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가창오리 등 다양한 철새를 만날 수 있다. 무리지어 나는 철새를 보며 우리네 꿈도 하늘 높이 날려 보면 어떨까.

○ 수십만마리 새 화려한 군무 장관

충남 서산 해안과 안면도 사이에 형성된 좁고 긴 천수만. 동북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꼽히는 이곳에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철새들은 대략 300여종 하루 최대 40여만마리. 가창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와 기러기류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시베리아와 몽골 일대에서 서식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 논(4700여만평)과 용수를 공급하는 간월호(1300여만평)는 그야말로 새들의 천국이다. 올해는 특히 벼 수확도 풍성해 예년보다 많은 철새손님들이 찾아왔다니 더욱 반갑다.

서산시는 이달 말까지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을 주제로 천수만 철새 기행전을 펼치고 있다. 간월도 주 행사장에서 철새 사진엽서 보내기, 종이학 접기, 얼굴에 철새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 방아찧기, 떡메치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천수만 생태관에서는 천수만을 찾는 철새를 담은 영상을 볼 수 있으며, 종류별 철새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또한 24시간 동영상 카메라로 포착한 철새들의 움직임을 인터넷에 올려 세계 어느 곳에서든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에 분포된 앵무새도 볼 수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철새 탐조투어. 탐조 코스는 약 30km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동승한 가이드가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탐조여행은 단지 철새를 구경하는 것뿐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보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속의 철새들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때 묻지 않은 환경의 중요성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의미 있는 여정이다.

철새 보호를 위해 일반 차량의 출입은 제한되며 45인승 탐조 전용버스만 천수만 주변 간척지 일대를 운행한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한 대씩만 운행(주말에는 2대)하는데 예약은 받지 않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탈 수 있다.

탐조대가 가까워지면 새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린다. 호수변 농경지 위에 까맣게 들어앉은 기러기들 옆으로 세계적인 희귀 새인 노랑부리저어새 수십마리가 강가를 점령하고 있다. 미끈한 목에 순백의 깃털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큰 고니도 보인다. 울대근육이 없어 다른 새들처럼 울지 못하는 긴 다리의 황새는 다리운동을 하는 듯 사뿐사뿐 걸어 다닌다.

철새 탐조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천수만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는 가창오리 떼의 군무. 몸집은 작지만 30여만마리(전 세계 개체 중 95%라고 한다)가 동시에 몰려다니며 이곳에서 주인 행세를 톡톡히 한다.

이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군무를 볼 수 있는 때는 주로 해질 무렵. 낮에 ‘정찰병’새가 먹이 터를 물색하고 오면 해질 무렵 ‘우두머리’새의 신호에 따라 집단 비행을 시작한다.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수십만마리의 새가 호수를 박차고 한꺼번에 튀어 올라 곡예비행을 하면 탐조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새들이 움직일 때마다 새롭게 그려지는 ‘하늘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마음까지 새처럼 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새들의 날갯짓 소리는 더 놀랍다. 마치 강풍에 흔들리는 댓잎처럼 ‘쏴∼아’ 하며 들려오는 소리가 기가 막히다. 한껏 재주를 부리곤 석양이 저무는 산 아래 논으로 쏜살같이 사라졌건만 날갯짓 소리는 환청처럼 오랫동안 귓전에 맴돈다.

○ 붉은색 옷-강한 향수 탐조땐 삼가야

철새들은 환경에, 특히 사람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금물. 탐조대도 갈대로 엮어 만든 벽을 설치하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숨어서 보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려한 색과 자극적인 냄새도 새의 경계대상. 붉은색 등 눈에 확 띄는 색상의 옷이나 강한 향수는 피한다. 긴 머리일 경우 머리카락이 휘날리지 않도록 모자를 쓴다. 발자국 소리도 조심해야 하므로 구두보다는 가벼운 운동화가 좋다.

또 휴대전화는 아예 꺼두는 게 좋다. 철새들은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만나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

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 041-669-7744

▼1박2일 떠나볼까▼

1. 간월도 도착→천수만 생태관 둘러보기(2000원, 어린이 1000원)→탐조버스투어(5000원, 생태관 입장료 포함)

2. 저녁에 남당항 대하축제(30일까지)에서 대하 맛보기(1kg 3만원선)→숙박

3. 이른 아침 해미읍성 둘러보기→귀가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탐조여행 여기도 좋다▼

◇금강하구=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금강 하구 일대는 철새들의 먹이가 풍부해 천수만을 들렀던 가창오리와 기러기가 찾아온다.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군산 세계철새관광 페스티벌’을 연다. 063-450-6273

◇해남 고천암호=갈대밭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남 고천암호에는 이달 말부터 철새들이 몰려든다. 때 마침 이즈음에는 갈대밭도 무성해 철새 떼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4

◇철원평야=전 세계 20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두루미 중 500여마리가 철원평야에서 겨울을 난다. 또 독수리 1000여마리가 이곳에서 월동하고 있어 ‘육중한 새들의 비상’을 볼 수 있다. 철원군청 문화관광과 033-450-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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