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천연염색’ 쓴 이종남씨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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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민기자
안철민기자
경기 부천시 ‘천연염색연구원’ 원장인 이종남씨(43·사진)는 단풍 든 은행잎부터 민들레와 패랭이 꽃에 이르기까지 나무와 식물들을 보면 그걸로 만들 수 있는 온갖 색깔들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사람이다. 그는 천연염색의 역사와 방법을 망라한 책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천연염색’을 6년간의 준비 끝에 최근 현암사에서 펴냈다.

“천연재료로 색채를 만들 때 가장 큰 매력은 드라마틱한 반전입니다. 하얀 소목 뿌리에 백반을 넣으면 피 같은 빨강이 나옵니다. 빨간 장미꽃을 처리하면 회색이나 팥죽색이 되지요. 또 초록빛 풀잎인 쪽에 잿물을 넣고 발효시키면 파란 가을 하늘색이 나와요.”

이씨는 “게다가 천연염색 과정에는 ‘변수’가 워낙 많아 같은 재료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도 절대 같은 색깔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역시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같은 장미꽃을 원료로 써도 어느 계절이냐,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에 딴 꽃잎이냐, 염색을 도와주는 재료인 ‘매염제’의 농도를 어느 정도로 썼느냐, 물 온도와 물 속 미네랄 함량이 얼마냐에 따라 판이한 색깔이 나온다는 것이다.

상명대 공예교육과를 나온 그가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3년부터. 그는 1997년 천연염색을 테마로 개인전을 연 후 관람객들의 쏟아지는 질문 사태를 접하고는 이번 책을 써 보겠다고 작정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장은 조선시대에 나온 ‘산가요록(山家要錄)’ ‘규합총서(閨閤叢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을 조사해 우리 전통의 천연염색 방법을 연구했으며, 이를 통해 섬유는 물론 가죽 금속 나무까지 물들이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또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천연염료의 대부분은 약초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이것으로 물들인 속옷은 건강을 지켜 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쑥물을 들인 속옷은 강한 살균작용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여성한테 좋아요. 반면 열이 많은 남성한테는 몸을 차갑게 하는 쪽물이, 어린이한테는 살균과 방충효과가 있는 황련이, 노인한테는 혈액순환에 좋은 홍화가 적당하지요.”

이씨는 “화학염료보다 천연염료가 인체에 훨씬 좋다는 점을 깨달은 미국과 유럽에선 천연염료 제조를 산업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우리 역시 이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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