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을 시작하자 무표정해 보이던 추상미(31)는 셔터 스피드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다양한 표정을 펼쳐 보인다. 꿈꾸는 듯한 표정부터 해맑은 미소, 그리고 열정적인 표정까지. 촬영이 끝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소 차가워 보이는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25일부터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 ‘빠담 빠담 빠담’(연출 김진영)에서 내면의 불꽃을 태우며 뜨거운 삶을 살았던 프랑스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 1915∼1963년) 역을 맡았다.
● 제2대 에디트 피아프
“하늘이 무너져버리고/땅이 꺼져 버린다 해도/그대만 날 사랑한다면/두려울 것 없으리….” 12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현대극장 연습실. 그녀는 누가 들어오는지도 모를 만큼 열중한 채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무반주로 부르고 있었다. 일전 가창력에 대해 물었을 때 “노래방에서는 꽉 잡는 실력”이라고 했던 것은 겸손한 대답이었다.
김선호와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하는 ‘빠담 빠담 빠담’은 그녀로선 2002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 두 번째 뮤지컬 도전이다. 당시엔 성악곡 스타일의 노래 때문에 고전했다.
“이번 곡들은 음역이 낮고 샹송이라 부르기 편합니다. 음악 코치가 ‘500번을 부르면 바보가 아닌 이상 잘 부를 수 있다’고 해서 500번 이상 부를 생각이에요(웃음).”
그녀는 이 작품에서 ‘장밋빛 인생’, ‘난 후회하지 않으리’ 등 여섯 곡을 부른다. 어쩌면 그녀가 넘어야 할 산은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가 아니라, 77년 초연부터 96년까지 다섯 번이나 ‘빠담…’을 공연했던 ‘한국의 에디트 피아프’ 윤복희일 지도 모른다.
“윤 선생님은 완벽한 피아프셨죠. 실제로 윤 선생님의 삶과 피아프의 삶은 구분이 안 될 만큼 닮았고요. 윤 선생님을 따라하는 대신 저는 사랑에 더 초점을 맞춘 ‘추상미 식의 피아프’를 만들어낼 겁니다.”
● 자식들에 이어진 ‘빠담’의 인연
‘연극계의 전설’인 아버지 고(故) 추송웅씨는 극단 현대극장이 이 작품을 초연했을 때 피아프의 친구 역으로 출연했다. 당시 제작 및 기획은 김의경씨. 이번 공연에서는 김의경씨의 딸인 김진영씨가 제작과 연출을, 추씨의 딸인 그녀가 주연을 맡아 아버지들의 인연을 이어간다.
피아프의 연인인 이브 몽탕 역은 배우 김성녀의 동생이자 안무가로 이름이 알려진 김성일이 맡아 배우로 데뷔한다.
그녀가 아버지 추송웅씨의 뒤를 이어 배우가 된 지 올해로 꼭 10년. 1994년 연극 ‘로리타’로 데뷔한 후 영화, TV 드라마, 뮤지컬로 활동무대를 넓혀 온 그녀는 다음달에는 KBS ‘드라마시티’를 통해 드라마 작가로도 데뷔한다. 가제는 ‘웰빙스토리’.
두 오빠 상욱(35), 상록씨(33)도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큰 오빠는 소극장 ‘떼아트르 추’를 운영하고 있고, 둘째 오빠는 배우다. 내년 아버지의 20주기를 앞두고 삼남매는 추모 행사를 기획 중이다.
그녀는 “생전 아버지가 애착을 갖고 실험하셨던 장르인 ‘살롱연극’을 ‘떼아트르 추’에서 다시 하려 한다”며 “둘째 오빠와 나는 직접 무대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25일∼12월5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02-762-6194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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