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인물들의 시선은 서로 딴 곳을 향해 있다. 아이들은 할머니에 주목하지 않고 텔레비전에 몰두하고 있으며, 할머니 역시 손자 손녀를 향한 따뜻한 시선 대신 멀리 벽만 바라본다. 명절음식을 준비하건, 마루에 앉아있건, 사진 속 여성들 사이에는 ‘가족’이라는 둥지로 묶인 친밀한 결속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딸도 며느리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상대방의 관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여성들은 혈연에 대한 무조건적 애착이나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있는 듯하다. (최봉림·사진평론가)
그리하여 전통적 가족관과 인간관계의 해체를 아프게 확인하면서도, 차갑지만 이성적인 현대적 가족관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12월1∼7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룩스. 02-720-848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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