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수족관에서 ‘아기 괴물’ 40마리가 일반에 공개됐다.
‘생후 4개월, 대한민국 서울 출생.’
새끼손가락만 한 아기 해마가 공개된 것이 무어 그리 대단하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국내 수족관에서 태어나 살아남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해마는 기르기가 어려워 몇몇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국내에 있는 해마들은 모두 어른 해마를 수입해온 것이었다.
○ 까다로운 식성
11일 오후 63빌딩 수족관. 아기 해마들은 가로 세로 높이 30cm인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수조 안에 들어 있었다. 어른 해마들이 사는 커다란 수조 안에 따로 아기들을 위한 방을 마련해 줬다. 수조의 물을 바꿀 때 생기는 물살이 아기 해마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길이가 5∼6cm 되는 놈들이 꼬물거리며 이리저리 헤엄쳐 다닌다.
해마는 물고기같이 안 생겼지만 실고깃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식성이 까다로워 살아 움직이는 먹이만 먹기 때문에 수족관에서도 기르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갓 태어난 아기 해마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더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 수족관에서 아기 해마를 부화시켜 키우는 데 엄두를 못 낸 것은 먹이 때문이었다.
63빌딩 수족관의 김재수 차장은 “이번에 단계별 먹이 공급 방식을 채택해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동물성 플랑크톤을 공급해 생명체로서 내성을 갖게 했다. 그 다음엔 소형 갑각류인 곤쟁이의 새끼를 플랑크톤과 함께 줬다. 사람으로 치면 모유를 먹다가 이유식으로 접어든 단계. 4개월째에 접어든 지금은 마지막 3단계로 다 자란 곤쟁이를 먹이로 주는데 이젠 어른으로 자라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족관 직원들은 아기 해마를 키우면서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곤쟁이를 잡기 위해 매달 두 번씩 가까운 인천 강화도 앞바다로 나가게 된 것이다. 밀물 시간에 잔 그물을 펼쳐 곤쟁이를 잡은 후 죽기 전에 재빨리 수족관으로 수송해 먹이고 있다.
○ 일부일처제… 아빠가 임신 출산
해마의 생태는 생긴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해마는 암컷이 아닌 수컷이 임신하고 출산한다. 또 어류에서는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 짝을 이루면 다른 해마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암수 한 쌍은 교미를 하기 전에 일주일 정도 어울려 다니며 색깔을 바꾸거나 꼬리를 걸거나 함께 헤엄치면서 구애기간을 갖는다. 공들인 구애기간이 끝나면 암컷이 산란관을 수컷 배에 있는 육아낭(아기주머니)에 삽입한 후 난자를 집어넣는다. 수컷은 뱃속에 들어온 난자에 정자를 보내 수정하고 보통 2∼3주에서 길게는 6주간 임신기간을 보낸다.
이 기간에 수컷은 육아낭 안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바닷물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한다. 아기 해마가 태어나서도 바닷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수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암컷은 매일 규칙적으로 수컷을 찾아와 상태를 살핀다고 한다. 수컷이 출산하면 다시 성숙한 난자를 수컷에게 넣어주기 위한 행동이다. 수컷은 한 번에 약 100∼200마리의 아기 해마를 낳는다.
포유동물은 암컷이 육아를 떠맡고, 조류는 알과 새끼를 부모가 함께 보살피는 게 일반적이다. 아빠가 임신과 출산을 완전히 떠맡는 해마는 여성 해방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 해마 수난기
올해 5월부터 자연산 해마의 교역에는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다. ‘멸종위기에 있는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른 것이다. 그만큼 해마는 수난을 겪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새끼 해마 1000마리 중 무사히 어른으로 자라는 것은 불과 2마리 정도. 어른이 돼서도 위험은 여전하다. 빨리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게나 가오리 같은 천적의 먹이가 된다. 도망치는 대신 꼬리로 해초를 붙잡고 몸 색깔을 바꿔 위장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사람이다. 얕고 따뜻한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사람에게 쉽게 잡힌다. 한 해 약 2000만마리의 해마가 잡혀 팔리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가장 큰 수요처는 약재 시장이다. 최대 남획지역은 중국.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도 가끔 눈에 띈다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인지 ‘해마 잡이’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약 500년 전부터 해마를 약재로 쓰고 있다. ‘본초강목’에는 해마를 먹으면 ‘신장을 보하고 심장을 강하게 해주며 가래를 삭여주고 소화를 촉진시킨다’고 되어 있다. 또 물개나 바다표범의 생식기와 마찬가지로 정력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 일부에서 말린 해마를 시집가는 딸에게 주는 풍습이 있던 것은 해마 부부의 금실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성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유럽에서는 말린 해마를 열쇠고리나 장신구에 넣는 등 일종의 기념품으로 사용해왔고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일반 가정에 많이 팔린다.
▼해마 몸 구조와 생태는▼
▽관=인간의 지문처럼 해마마다 모두 다르게 생겼다.
▽가슴지느러미=방향을 바꾸는 데 쓴다.
▽등지느러미=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눈=두 눈은 따로따로 움직인다.
▽주둥이=이빨이 없어 먹이를 그냥 삼킨다.
▽번식=암컷이 수컷의 육아낭에 난자를 넣으면 정자로 수정한 뒤 임신. 출산까지 2∼6주 정도 걸리는데 출산 후 바로 다시 임신할 수 있다.
▽종=세계적으로 35종이 알려져 있다.
▽크기=종에 따라 다른데 1cm가 안 되는 것부터 30c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서식지=따뜻한 바다
▼아기수달 10cm "너무 귀여워"▼
하나의 생명체가 태어나 바깥 환경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동물들은 사람이 만든 환경에서 짝짓기를 하는 것조차 어렵다.
수족관이나 동물원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이 뉴스가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잘 키워내는 것은 다 자란 성체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
이번에 63빌딩 수족관에서 태어난 해마들은 최대 30cm까지 자라는데 성체 한 마리는 50만원에 이른다. 40마리가 태어나 일반에 공개될 정도로 자란 것은 그 자체만 해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성과.
2001년 9월에는 이곳에서 펭귄 쌍둥이가 태어나 화제가 됐다. 자연에서도 쌍둥이 펭귄은 보기 힘들고 더욱이 둘 다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먼저 태어난 놈이 나중에 태어난 놈을 우리 밖으로 밀어내 죽인다. 당시 허약체질로 태어난 쌍둥이 펭귄은 인큐베이터를 거치는 등 극진한 간호를 받으면서 자랐다.
아기 수달은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어른 수달의 5분의 1 크기(약 10cm)로 태어나는 아기 수달은 3개월 정도 지나면 몸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등 엄마 아빠를 닮아간다. 63빌딩에선 지난해와 올해 7마리의 아기 수달이 태어났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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