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크리스마스!
할아버지댁까지는 먼 여행길이다.
시몽에게 할아버지는 깜짝 놀랄 일이 있을 테니 두고 보라고 말씀하셨다.
“넌 한번도 본 적 없는 기막힌 일이 있거든!”
시몽은 여행길 내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막힌 일’이라고 할 만큼 멋진 일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시몽이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시몽은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시몽은 할아버지께 ‘기막힌 일’을 물어보고 싶지만 너무 졸려서 그만….
할아버지가 오셔서 시몽을 깨운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시간이다.
“쉿! 집안 식구들은 다 자고 있단다.”
할아버지는 시몽이 따뜻하게 옷을 입도록 도와주신다.
밖에 나서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한없이 고요하다. 시몽은 은근히 겁이 난다. 할아버지의 손을 꼭 쥔다.
숲 속으로 깊숙이 뻗은 길로 들어선다. 할아버지는 커다란 손전등을 가지고 오셨다. 동그란 불빛이 발 앞에서 흔들리며 즐겁다는 듯이 춤을 춘다.
어느새 호숫가에 다다랐다.
할아버지는 힘이 세기 때문에 노를 잘 저으신다. 카누는 소리 없이 미끄러지며 앞으로 나아간다. 시몽은 노를 저을 때마다 검은 물 속에서 깨지는 달의 조각들을 바라본다. 올해는 호수가 거의 얼지 않았다.
“우리 꼭 북극곰들 같구나.”
할아버지가 노 젓기를 멈추신다. 물결에 떠밀려 카누가 호수 기슭에 가서 멈춘다.
“자, 이제부터 기다리는 거야.”
갑자기 부스럭대는 소리가 난다. 나뭇가지들이 움직인다. 전나무 꼭대기에서 나무껍질들이 뚜두둑 떨어진다. 할아버지와 시몽이 크리스마스 새벽 호수 기슭에서 본 ‘기막힌 일’은 무엇이었을까?
크레용으로 부드럽게 칠해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극적인 긴장 없이, 읽을수록 서정적인 맛이 묻어나는 그림책이다.
고려대 김화영 교수가 직접 고르고 번역한 그림동화 시리즈인 ‘김화영 선생님과 함께 걷는 동화의 숲’의 첫 번째 책. 문장가로 잘 알려진 김 교수의 섬세한 글을 그림책에서 만나는 반가움도 크다.
시몽과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벌써 해가 떠올라 있다. 엄마 아빠가 놀란다.
“벌써들 일어나셨어요.”
“시몽이 산타클로스를 보고 싶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대답하신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게임CD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요즘, 자연의 아름다움을 손자에게 선물해준 할아버지의 사랑이 따스하게 와 닿는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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