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詩가 된 모던 록…서태지표 밴드 ‘넬’ 2집앨범 발매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20분


코멘트
예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타이틀곡 ‘땡큐’로 복귀한 록 밴드 ‘넬’의 멤버 이재경 이정훈 김종완 정재원(왼쪽부터). -사진제공 서태지컴퍼니
예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타이틀곡 ‘땡큐’로 복귀한 록 밴드 ‘넬’의 멤버 이재경 이정훈 김종완 정재원(왼쪽부터). -사진제공 서태지컴퍼니
4인조 남성 모던록 밴드 ‘넬(Nell)’이 최근 발표한 2집 ‘워크 스루 미(Walk through Me)’는 서정적이다.

보컬 김종완(24)의 흐느끼는 듯한 감성이 앨범 전체를 덮는다. 수록곡 제목도 ‘피터팬은 죽었다’ ‘백색왜성’ ‘몽중인의 현실 체험기’ 등 시(詩)적 분위기를 풍긴다. 이 밴드에서 작사 작곡을 맡은 김종완은 이를 “가장 ‘넬스런’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얼터너티브 록의 성향이 강했던 이전에 비해 말랑말랑해졌다는 평에 대해 이재경(기타)은 “표현의 한계가 확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발매된 2집은 이틀 만에 1만5000장이 나갔다.

새 음반은 지난해 6월 첫 음반 ‘렛 잇 레인’ 이후 1년 5개월만에 나왔다. 동갑내기 김종완 이재경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 등 4명의 멤버가 7개월간 작업했다. 13곡의 수록곡을 모두 20여 차례 재녹음할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김종완은 “물 흐르는 듯한 노래를 담아내고 싶었는데 녹음을 하면 할수록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땡큐’는 헤어진 옛 연인에게 역설적으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노래다. 따스한 사운드에 비해 냉정한 가사가 대조를 이룬다.

‘참 정말 고마워/한번도 널 잊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떠나줘서/ 이렇게 널 평생 간직할 수 있게 해줘서’(‘땡큐’ 가사 일부)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미아(迷我)’는 보컬의 가성이 짙은 여운을 남기는 노래. ‘백색왜성’은 인간사회의 소외감을 외계인의 관점에서 본 노래로 몽환적이다. 이밖에 ‘부서진 입가에 머물다’ ‘자해’ ‘라스트 어드바이스’ 등 서정적인 분위기의 노래들이 귀에 들어온다.

‘넬’의 멤버들은 어릴 적 친구들로 1998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며 2장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 2002년 서태지가 발굴했다는 평가에 힘입어 기대주로 떠올랐다.

음악평론가 배순탁씨는 “‘넬’은 모던 록의 한국화에 기여한 그룹”이라며 “영국 록밴드 ‘라디오 헤드’의 사운드와 유사하고 서태지의 후광을 입었다는 점이 오히려 이런 평가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넬’의 1집은 5만장이 나가면서 고정 팬 층을 쌓고 있다.

이들의 음악에 서태지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까.

“모든 음악은 우리가 만듭니다. 태지 형은 기술적인 부분과 장비만 조언해줘요. 이번 앨범 작업 때도 ‘신중하게 하라’는 말만 했어요. 그의 후광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만큼은 우리 것입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