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느 기업이 시장에서 그저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거나, 그마저도 안돼 도태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 기업이 ‘운영상의 탁월함’, ‘제품 리더십’, ‘고객 밀착’의 세 가지 가치전략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략 및 경영 컨설턴트로 이름 높은 저자들은 시장 선도기업(market leaders)이 되려면 이 세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영상의 탁월함’은 ‘최저의 총비용’을, ‘제품 리더십’은 ‘최고의 제품’을, ‘고객 밀착’은 ‘최상의 토털 솔루션’을 각각의 가치로 삼는다. 기업이 자신의 분야에서 시장을 리드하려면 이 모든 가치를 다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선택해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가치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전략은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운영상 탁월한 기업은 시장에서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품질, 가격 및 구매 용이성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고객은 이 기업을 통해 저렴한 가격의 제품과 편리한 서비스를 얻는다. 미국의 대형 할인매장 체인인 월마트가 대표적이다.
제품 리더십을 추구하는 기업은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기존 성취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다. 고객은 이 기업을 통해 최첨단의 제품을 갖게 된다고 인식한다. 인텔이나 일본의 소니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자신이다. 기업 스스로 자신이 창조해낸 제품이나 서비스를 진부한 것으로 만드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고객 밀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시장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이들은 고객과 거래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증진하려 애쓴다. 단 몇 차례의 거래에 따른 이익이 아닌, 고객의 전 생애에 걸친 가치를 고려한다. 이들 기업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의 질을 계속 향상시켜 항상 고객의 기대를 앞서간다. 1970, 80년대 IBM이나 미국의 가정용품 판매체인인 ‘홈 데포’가 대표적이다.
이들 세 가지 가치전략마다 각각 강조되는 프로세스가 다르고, 필요로 하는 사업구조와 경영관리시스템이 다르다. 따라서 이들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단 하나의 성공경로를 선택하는 것인 동시에 선택하지 않은 전략들에 대해서는 부차적 역할만 수행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최고경영자의 고민이 따른다. 과연 한 가지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모두 일정한 비중을 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세 가지 전략을 골고루 잘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에 대한 저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당신의 기업이 평균적인 기업이 되기로 결정했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시장의 선도기업이 되기를 기대하지는 마라.”
이렇게 한 가지 가치를 선택하고 집중해 시장 선도기업이 됐다고 해서 그 위치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운영상 탁월한 기업은 가격을 올리고 싶은 유혹에, 제품 리더십 기업은 혁신을 중단하려는 유혹에, 고객밀착 기업은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려는 유혹에 각각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원제 ‘The Discipline of Market Leaders’(1999년).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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