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대 古미술품’에 찢어진 가족

단순 감정가만 16억7000만원에 이르는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와 오원 장승업의 작품 35점의 상속권을 놓고 가족간에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작품은 단원의 ‘인물도’ ‘산수도’ ‘십장생’ 민화와 오원의 ‘8폭 병풍’ 등 실제 가격을 따지기 힘든 귀한 것들이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이들 작품은 기업인이자 모 학교법인 이사장을 지낸 A씨가 1968년 이혼하고 B씨와 재혼해 살던 집의 거실과 식당 등에 보관돼 있던 것들. 문제는 2001년 A씨가 사망하면서 비롯됐다. 값비싼 고미술품들이 고스란히 부인 B씨의 보관 아래 놓이게 된 것.

이에 A씨의 전처 소생 자녀들은 2002년 새어머니인 B씨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했고 B씨도 맞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가정법원은 이들 미술품을 경매를 통해 배분하도록 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 자녀들은 또 이 그림들이 상속 재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법에 ‘공유지분 확인과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상균)는 24일 “누구의 재산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하기 어려워 부부 공유재산으로 추정된다”며 A씨 자녀들이 낸 청구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미술품 중 절반은 B씨가 아내로서 갖고 있는 고유재산이고 나머지 절반 중에도 B씨가 남편에게서 상속받는 지분이 있는 만큼 A씨 자녀들이 그림을 넘겨 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

결국 A씨 자녀들은 이들 고미술품 중 절반이 아버지의 고유재산으로 확정되면 이 절반 중 일부를 가정법원이 분할해 주는 대로 나눠 갖게 된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