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인테리어]소리가 디자인을 만나다

  • 입력 2004년 12월 2일 16시 15분


오디오 마니아의 아내들은 불만이 많다. 남편이 골방에 틀어박혀 음악을 듣는 것은 취미라고 하더라도 ‘업그레이드’라는 명목으로 값비싼 기기를 계속해서 들여놓는 것까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WAF(wife acceptance factor)’라는 말이 나왔다. 아내의 승낙 여부가 오디오를 구입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얘기다.

아내를 설득할 때 좋은 전략은 오디오가 집안 꾸미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하이파이저널의 최홍근 대표는 “오디오가 거실로 나오면서 디자인이 좋은 오디오의 시장이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소리만 좋아서는 팔리지 않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오디오에 디자인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탈리아의 공이 크다. 90년대 초반까지 오디오 시장을 이끌던 미국과 영국, 일본의 오디오 업계는 디자인에는 신경을 덜 썼다. 이탈리아 업계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특유의 예술적인 감각을 덧붙인 오디오로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소누스 파베르나 파토스 같은 업체가 그 선봉에 섰다.

오디오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는데 최근의 가장 큰 흐름은 ‘복고풍’이다. LP에서 CD로 넘어가면서 성큼 다가온 디지털 시대에 대한 반작용이다.

특히 50년대 말 트랜지스터가 발명되면서 뒤로 밀렸던 진공관 구식 앰프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트랜지스터 앰프는 출력을 높이는 데는 월등하게 유리하지만 차갑고 냉정하다. 진공관 앰프는 소리도 소리지만 진공관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는 오디오엔 어떤 게 있을까. 최 대표의 도움말로 눈으로 봐도 즐거운 명품 앰프와 스피커를 골라봤다. 가격대는 다양하다. 100만원대에서 수천만원까지.

오디오는 크게 소리를 처음 만들어내는 소스 기기, 앰프, 스피커로 구성된다.

턴테이블이나 CD플레이어, 튜너 등 소스 기기의 여러 신호는 프리앰프, 파워앰프, 스피커를 차례로 거쳐 사람의 귀에 들리는 소리로 바뀐다.

프리앰프는 소스 기기의 신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파워앰프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하이파이 시스템의 핵심으로 전체적인 음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워앰프는 프리앰프의 신호를 받아 스피커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신호로 키우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 앰프의 기능을 한데 모은 인티 앰프도 많이 나온다.

오디오를 구입할 때는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까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흔히 스피커가 가장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애초에 처음 신호가 좋지 않으면 만회할 방법이 없다. CD플레이어가 딱딱하고 밝은 소리를 낸다면 마지막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도 그렇게 나온다. 시스템 전체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컴플릿 가이드 투 하이엔드 오디오’의 저자인 로버트 할리씨는 스피커에 전체 예산의 33%, CD플레이어 등 디지털 소스 기기에 22%, 프리앰프에 17%, 파워앰프에 20%, 나머지는 케이블 등에 할당하라고 충고한다.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때는 시스템에서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교체해 나간다. 그가 제시하는 오디오 구매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1. ‘처음부터 제대로 구입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도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나 시스템을 선택한다.

2. 전문지를 열심히 읽고 단골 가게를 만들어 주인과 친해진다. 그는 오디오 기기를 선택하는 데 가장 좋은 정보를 주는 사람이다.

3.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의 조합을 생각하라.

4. 어떤 기준보다도 음악적인 품질에 근거해 제품을 선택하라. 가능하다면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집에서 들어보라.

5. 시간을 투자하라. 잘 찾아보면 때로 값싼 제품이 비싼 것보다 우수할 수도 있다.

6. 평판이 좋은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라. 가격과 관계없이 최고의 제품,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인지 따져보라.(사진제공 하이파이저널)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MC275(매킨토시)=1962년 첫선을 보인 매킨토시의 MC275 모델은 60년대 미국 공업 디자인의 백미로 꼽힌다. 복고풍을 타고 그 앰프가 최근 리메이크됐다. 겉모양은 오리지널과 거의 같다. 음이 훨씬 따뜻해졌고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감도는 느낌이다.

▼ 트윈타워스(파토스)=파토스는 그리스어로 정념(情念) 또는 연민의 정, 고뇌를 뜻한다. 이탈리아 오디오업계의 대표주자. 멋진 빌딩을 보는 듯한 디자인.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를 동시에 쓴 하이브리드형 앰프로 선명하고 따뜻하면서 차분한 소리를 들려준다.

▼ 스팅레이(맨리)=스팅레이(stingray)는 ‘가오리’라는 뜻. 겉모양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이 간다. 미국업체인 맨리는 오디오 업계에서 드물게 여성인 이브 애너 맨리 사장이 이끄는 회사. 음의 변화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빠르고 젊은 소리를 들려준다.

▼ dm시리즈(핼크로)=호주의 dm10은 프리, dm68(사진)은 파워 앰프다. dm68의 높이는 78.7cm에 이른다. 다소 무뚝뚝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디자인이다. 타원형 기둥의 아랫부분에 나무를 대 따뜻한 느낌. 정밀하고 부드러우며 투명하고 싱싱한 소리를 낸다는 평.

▼ 아프로디테(실바웰드)=기하학적인 모양과 단순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프리 앰프. 국산 앰프의 명품으로 꼽힌다. 생동감이 있는 소리를 내는데, 제조업체측에선 “판매보다 국산 오디오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 마에스트로(SIS전자)=진공관을 사용한 국산 앰프. 음질, 디자인, 가격을 고려했을 때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밝은 빛의 알루미늄 소재가 깨끗하고 시원스러운 느낌을 주고 진공관의 기하학적 배치도 멋스럽다. 중고역의 소리를 탁월하게 뽑아낸다.

▼ 알레시아(관음음향연구원)=관음음향연구원은 일명 스님이 운영하는 스피커업체. 고행하듯 스피커를 만들어낸다고. 붉은 빛이 도는 가링구스(고목 뿌리에 생긴 혹 같은 것)를 6개월간 찌고 말린 다음 다시 6개월간 일일이 사포로 다듬어 5각형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과르네리 오마주(소누스 파베르)=스피커가 소리를 내는 상자가 아니라 정교한 현악기라고 웅변하는 듯한 제품.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을 만든 16세기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과르네리 일가를 찬양하면서 만들었다고. 이탈리아인 제작자 프랑코 셀브린은 이를 위해 실제 악기 제조 기술을 공부했다.

▼ 웨스트민스터 로열(탄노이)=탄노이는 70년대부터 한국에서 고급 대형 스피커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명품 가구로 보일 정도로 중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금도 골수 마니아를 많이 거느리고 있다. 겉모습처럼 소리도 위풍당당하고 깊이가 있으며 현악기에 탁월하다.

▼ 포드 시리즈(블루룸)=블루룸은 1990년 영국 오디오 업체인 B&W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회사인데 최근 덴마크 업체인 스칸디나가 인수했다. 10가지 색상에 앙증맞은 디자인은 ‘이게 스피커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회사의 모토는 ‘우리는 남과 다르기를 바란다’.

▼ 레드 와인(안토니 갈로 어쿠스틱스)=철로 된 스피커가 마치 공처럼 보인다. 저음을 내는 서브 우퍼 역시 철제. 스피커의 모양에 맞춰 스탠드도 둥근 곡선미를 살렸다. 지름이 불과 10cm인 스피커지만 중후하고 깊이 있는 소리가 나온다.

▼ 로고스 미니(골드문트)=골드문트는 스위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금속제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초고가 제품으로, 로고스 미니 스피커가 가격을 대폭 낮췄다지만 1000만원 가까이 된다. 전용 스탠드가 달린 북셸프 형. 소리는 청순하고 예쁘며 신선하다는 평.

▼ 111B(MBL)=MBL은 1979년 독일에서 설립된 회사. 111B 스피커는 아래가 가로세로 40cm인 정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져 마치 피라미드를 보는 듯하다. 높이는 119.4cm. 초현대적 디자인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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