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實의 원래 뜻은 집안에 곡물과 재물이 ‘가득 차다’이며 이로부터 充滿(충만)과 充實(충실)의 뜻이 생겼다. 이후 과일은 꽃이 수정되어 열매가 열리고 속이 가득 차 맛있는 먹을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果實(과실)이라는 뜻이, 다시 結實(결실)에서처럼 열매를 맺다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속이 가득 찬 것은 속이 텅 빈 허구와 대칭을 이루면서 事實(사실)이나 진실의 의미가 생겨났다.
在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才와 土로 이루어졌는데 才는 소리부도 겸한다. 才는 갑골문에서 새 싹((좌,혈))이 땅(一)을 비집고 올라오는 모습을 그렸다. 겨우내 움츠렸던 그 연약한 새싹이 단단한 대지를 뚫고 올라온다는 것은 여간 경이로운 일이 아니며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才는 연약한 새싹이 딱딱한 땅바닥을 비집고 올라 올 정도의 훌륭한 재주나 才能(재능)을 뜻하게 되었다. 그리고 땅 위로 새싹을 틔우려면 온 힘을 다해야할 뿐더러 그것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닐 터, 才에는 ‘겨우’라는 부사적 의미까지 생겼다.
이후 才에다 흙을 뜻하는 土를 더하여 새싹이 움트고 있는 곳이 바로 대지이며 그 대지 위로 생명이 탄생하고 존재함을 나타냈다. 이로부터 在에는 存在(존재)나 實在, 실존 등의 뜻이 생겼다. 在와 유사한 예로 存은 才에 子(아들 자)가 더해진 것으로 아이(子)가 새싹을 틔우듯(才) 태어나 살아가고 존재함을 형상화 한 글자이다.
이처럼 實在의 實은 곡식이나 화폐가 집안에 쌓여 있다는 자원이 입증하듯 외부의 사물이 인간의 인식 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 즉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사물을 형상화하였다. 반면 在는 대지 위로 갓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새싹을 형상화하여 인간의 사유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지는 않았으나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무엇’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인식해 주기를 기다리는 ‘어떤 것’의 형상화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實在란 인간이 보고 만지고 지각할 수 있는 것과 인간이 아직 보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어떤 것, 이 둘 모두를 지칭하는 개념이라 풀이할 수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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