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원은 당초 이 상에 대해 “빈사 상태에 빠진 기초예술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수상자로 뽑혀 모두 7억7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 7개 부문 21명을 살펴보면 “과연 이들이 빈사 상태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연극 부문 최우수 수상자인 서울 예술의 전당의 경우 이 부문의 ‘절대 강자’라 할 만하다. 문학 부문 우수 수상자인 황석영 민족예술인총연합 회장은 ‘격려받아야 할 신진’이기보다 ‘격려해줘야 할 원로’에 가깝다. 미술 부문 최우수 수상자인 오상길 ‘미아(MIA)’ 미술관장의 경우 그간 문예진흥원의 지원이 편향적이라고 반발해온 대표적인 미술인이었다.
게다가 “문예진흥원은 ‘서울 문예진흥원’인가?” 하는 의문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21명의 수상자 가운데 광주에 사는 미술가 김인경 씨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또한 이번 수상작들이 출간 공연 전시된 곳은 전부 서울이다. 정작 빈사의 비명을 지르는 곳은 서울보다 지방 예술인들이 아닌가. 이런 한계가 드러난 것은 문예진흥원이 심사위원들에게 이 상의 취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사위원들 역시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논의했어야 했다. 그러나 1일 기자간담회에 나온 한 심사위원은 “이 자리에 와서야 (실험성이 중시되는) 별도의 ‘독립예술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문예진흥원은 예술상 신설에 만족하기에 앞서 이상의 육성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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