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학
무수히 떡메를 맞은 자리에
엄청난 둔부 하나가 새겨졌다
벌과 집게벌레가 들어와
서로를 건드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를
열심히 빨아먹고 있다
저긴, 그들만의 천당이다
누군가에게
내 상처가 천당이 될 수 있기를
내가 흘리는 진물을
빨아먹고 사는 광기들!
다시,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누군가 떡메를 메고 와
열매들을 털어 가기를
더 넓게 더 깊게
상처를 덧내주기를
누군가에게 가는 길,
문을 여는 방법,
그것밖에 없음을
-시집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문학과 성사)중에서》
나도 저 천당들을 많이 보았다. 무거운 짐 이고 들고 땀 뻘뻘 흘리며 가는 어미 등에서 새근새근 잠든 아이에게서 보았다. 아비의 등을 타고 아비의 살을 파먹다가 마침내 아비의 껍질만 남으면 새카맣게 풍기어 달아나는 거미새끼들에게서 보았다.
나의 상처가 너의 천당이 될 수 있다니, 얼마나 아픈 기쁨인가. 나의 천당이 너의 상처라니, 얼마나 달콤한 슬픔인가. 쿵, 떡메가 가슴을 칠 때마다 우르르- 도토리 한 줄금씩 쏟아놓던 저 늙은 참나무를 다시금 보고 싶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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