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누리꾼 발길 잦은 곳은 뭐가 다를까

  • 입력 2004년 12월 9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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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포털 사이트 1인 미디어의 '달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혼자 꾸려가는 매체이지만 인기도는 어지간한 기존 매체 못지않다. -사진=강병기 기자 , 그래픽=이진선 기자
각 포털 사이트 1인 미디어의 '달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혼자 꾸려가는 매체이지만 인기도는 어지간한 기존 매체 못지않다. -사진=강병기 기자 , 그래픽=이진선 기자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가 3000만 명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3분의 1은 블로그, 미니홈피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싸이월드는 두 달 전, 개인이 발행하는 인터넷상의 잡지인 ‘페이퍼 서비스’도 시작했다.

혼자서 꾸려가는 이 서비스들은 ‘내 멋’에 하면 그만일 테지만, 새로운 만남 혹은 1인 매체를 꿈꾸며 한두 달 열성을 보이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미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어떻게 1인 매체들을 관리하고 있을까. 싸이월드와 네이버, MSN에 각 사이트의 블로그, 미니홈피, 페이퍼의 ‘달인’을 1명씩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추천의 조건은 조회 수 상위 랭킹에 들되 내용의 90% 이상을 ‘펌’ 대신 자신이 직접 만드는 사람들일 것. 이렇게 해서 최정일(싸이월드 미니홈피), 채경완(네이버 블로그), 김은정(싸이월드 페이퍼), 신정숙 씨(MSN 홈피)가 모였다.

약간씩 차이가 있어도 이들의 공통점은 인맥을 근거로 방문자를 늘려간 게 아니라는 것. 생각보다 초보자들도 많다. 신 씨는 다섯 달 전까지만 해도 홈피가 뭔지 몰랐다. 최 씨의 미니홈피는 싸이월드에서 1일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축에 드는데 정작 그에겐 ‘싸이족’의 필수품인 디지털 카메라도 없고 ‘투데이 멤버’로 뽑혀 사이트 초기화면에 소개된 적도 없다. 인맥도, 장비도 아니라면 무엇이 이들을 ‘달인’으로 만들었을까.

○달인 제1조:부지런하라

최정일(29·회사원)

‘액숀패밀리’(www.cyworld.com/cozykies)운영. 방문자 수 48만여 명. 1일 방문자 1500∼2000명. 스크랩 86만여 회.

“아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모르는 사람을 다시 방문하게 하려면 끊임없는 업데이트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요.”

최 씨는 하루에 한두 번 새로운 내용을 미니홈피에 올린다. 웹 서핑을 할 때도 홈피에 올릴 만한 게 뭐 없나 찾아보는 것이 습관이 됐고 신문과 잡지도 이전보다 더 유심히 보게 됐다. 출근길에 신문을 보다가 홈피에 올리고 싶은 내용이 나오면 잘라서 가방에 넣어간다. 그에겐 업데이트를 매일 하는 것이 “기쁨이면서도 스트레스의 원천”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2000명에 가까운데 이들에게 뭔가를 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채 씨 역시 “이른바 ‘블로그 폐인’일 땐 하루에 5, 6개도 업데이트한 적이 있었고, 바빠서 그때처럼은 하기 힘든 요즘도 하루에 한 번, 최소한 이틀에 한 번은 새로운 내용을 올린다”고 한다. 잡지 형식인 페이퍼를 ‘발행’하는 김 씨도 미니홈피의 업데이트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지만, 이틀 혹은 사흘에 한 번씩인 업데이트 기간은 엄수한다.

○달인 제2조:최소 한 개의 전문분야

신정숙(27·잡지모델)

‘샤샤의 즐거운 인생이야기’(hompy.msnplus.co.kr/sar729) 운영. 방문자 수 1만7000여 명. MSN홈피 모델로 선정.

신 씨는 잡지 모델이자 스노보드 마니아이고 김 씨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는 프리랜서다. 채 씨는 혼자 음반 제작부터 프로모션까지 ‘1인 다역’을 하는 가수. 물론 이들의 블로그와 홈피에는 가수, 모델, 스노보드와 상관없는 내용들이 훨씬 많다. 채 씨의 블로그엔 카테고리만 28개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씩 ‘나는 누구’라고 간명하게 설명할 만한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김 씨는 주로 동화 삽화를 그려왔으나 “일과 분리되어 내가 좋아하는 글과 그림을 공유하고 평가받고 싶어서” 시작한 페이퍼로 자신의 목표를 최소 2∼3년은 앞당길 수 있게 됐다. 페이퍼를 발행하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에세이집을 출판하자는 제의가 들어온 것.

그럼 한 가지 의문. 드러나는 ‘개인기’가 없는 회사원 최 씨는 무슨 재주로? 그는 ‘편집의 달인’이다. 처음 시작할 땐 일기 같은 것도 썼지만 요즘은 글과 이미지를 매치시키는 편집에 집중한다. 마음에 드는 사진, 동영상과 어울리는 글을 찾고, 쓰는 식이다. 그의 미니홈피는 개인적 취향의 창고를 이미 넘어섰다. 방명록에는 ‘좋은 자료가 너무 많다’는 감탄이 태반이고, 댓글은 ‘퍼가요’가 가장 많다. 최 씨는 “내 흥미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인기 있다고 생각하면 올린다”면서 “어느 궤도를 넘어서면 이처럼 분야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가 요즘의 고민”이라고 했다.

○달인 제3조:솔직하게 드러내기

채경완(25·가수)

‘무명가수 다이어리’(blog.naver.com/rapperwany.do)운영. 방문자 수 8만4000여 명. 이웃 576명. 스크랩 1024회.

채 씨의 블로그엔 ‘와니’라는 예명만 보고 콘서트의 사회자가 자신을 여가수로 소개했던 에피소드, 혼자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 무안했던 일 등 무명가수로 겪는 설움을 비롯해 무대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많다. 그에게 “블로그는 1인 미디어이기도 하지만 일기장에 더 가까운 것”이다. “메시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주려는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한다.

김 씨의 페이퍼도 예쁜 그림과 글에 그쳤더라면 발행한 지 두 달 만에 구독자 수가 그렇게 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내 생활을 솔직히 옮겨놓았을 때 구독자들이 더 강한 공감을 표시해 오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완성도 높은 ‘작품’보다 빈틈이 있더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자신의 사진을 잘 싣지 않는 다른 이들과 달리 신 씨의 홈피에는 다양한 포즈로 촬영한 자신의 모습, 그가 가진 사소한 물건들, 누굴 만났는지 등이 시시콜콜 사진으로 다 기록돼 있다. 빼어난 ‘사진발’에 관심 갖는 이들이 많지만 그는 “남들을 의식하면서 하면 못한다. 홈피는 그저 낙서장 같은 곳”이라고 한다. 그런 솔직한 일상을 드러내는 자신에게 남들이 반응해 주는 것이 좋을 뿐이다.

○달인 제4조:정말로 좋아해야 한다

김은정(28·프리랜서일러스트레이터)

‘Joy's Sweet Illusion’(paper.cyworld.com/joyillust) 운영. 방문자 수 10만5000여 명. 구독자 7894명.

네 명 모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는 것. 댓글을 보기 위해서다. MSN 홈피의 경우 방명록에 새 글이 올라오면 메신저로 연락이 오는 바람에 신 씨는 하루 종일 컴퓨터를 끄지 못할 때가 많다. 최 씨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만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가 많은데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 몽롱한 상태인데도 미니홈피를 여는 나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중독이다.

김 씨는 “1촌을 모으고 구독자를 모으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인기를 끌어야겠다는 목적으로 하면 끝까지 못한다”고 한다. 방문자, 구독자가 몇 명이든 이곳은 사람들이 1 대 1로 만나는 공간이다. “자기가 진짜로 좋아해서 하면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채 씨도 “내가 만약 가수활동의 홍보를 목적으로 삼아 블로그를 시작했다면 잘 안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글에 열정과 진심이 배어 있다면 사람들은 알아보고 공명한다는 것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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