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TV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오는 두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기적이고 나약한 이들 두 어머니의 캐릭터는 희생적이고 강인한 모성의 이미지를 뒤집는다.
‘미안하다…’의 줄거리는 두 살 때 호주로 입양된 남자 차무혁(소지섭)이 한국의 생모를 찾아왔다가 이기적인 어머니의 모습에 분노한다는 것.
차무혁은 함께 버려진 쌍둥이 누이 윤서경(전혜진)이 달동네에서 사는 것과 대조적으로 호화로운 저택에서 여왕처럼 생활하는 어머니 오들희(이혜영)를 보고 치를 떤다.
오들희와 아들 차무혁의 첫 대면. 오들희의 사정을 잘 아는 운전사도 알아보는 차무혁을, 정작 오들희는 몰라본다.
“누구지, 이 사람?”
두 번째 대면에서도 오들희는 여전히 면박을 준다.
“어머, 당신 뭐야.”
또한 오들희가 버린 딸 윤서경은 ‘나약한 엄마’다. 고아원에서 자란 서경은 다섯 살 때 엄마를 찾아나섰다가 트럭에 치여 몸만 성장했다. 이 집의 가장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어린 아들.
“엄마 가족을 찾아야지” 하며 아들이 가족찾기 프로그램을 보면, 엄마는 “안 돼, 짱구 볼 거야” 하며 채널을 돌린다.
옷에 오줌을 싸는 등 수시로 사고치는 엄마에게 아들은 “엄마 때문에 미치겠다”며 화를 내다가도 엄마가 “엄마, 엄마” 하고 울면 “뚝, 그만 울어” 하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 준다.
이 같은 ‘이기적인 엄마’ 오들희와 ‘철부지 엄마’ 윤서경의 캐릭터에 대해 누리꾼(네티즌)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자기 자식도 몰라보냐” “어떻게 어린 아들에게 얹혀사느냐.”
그러나 여성학자 박혜란 씨는 “김혜자나 고두심이 다른 드라마에서 연기한 희생적이고 강한 어머니는 모두가 꿈꾸는 정형에 불과하다. 화목한 가족이 허구인 만큼 희생적인 어머니도 신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주향 수원대 교양학과 교수(철학)는 “가족이 해체됨에 따라 가정 내에 구심점 역할을 하던 어머니들이 기존의 희생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으려는 세태를 반영한 드라마”라며 “최근 어머니를 여러가지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 그리려는 여성주의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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