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삼국지 바로읽기’ 펴낸 김운회교수

“중국이 최근 중화민족주의를 앞세워 고구려사를 집어삼키기 위해 ‘동북공정’을 펼쳤다면, 삼국지는 송대(宋代)와 명대(明代)의 중화민족주의를 펼치기 위한 ‘촉한(蜀漢)공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삼국지가 한국에서 교양인의 필독서로 받아들여지고, 우리들의 무의식까지 지배하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김운회 동양대 경영관광학부 교수(43·사진)는 삼국지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수년 전부터 ‘장정일의 삼국지’ 집필에 조언을 했고, 지난해에는 소설 삼국지의 역사적 곡해를 집중 해부한 ‘삼국지 해제’(김영사)를 장정일 씨 등과 공저로 펴냈다. 그가 올해 초부터 1년간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서 ‘삼국지 바로 읽기’(삼인)를 펴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을 삼국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는 오히려 삼국지를 혐오한다. 한국인의 냉철한 자기인식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제가 삼국지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것은 국내의 무비판적 삼국지 읽기의 해독을 파헤치기 위해서였어요. 전쟁 외교 행정 경제 등 삼국지의 내용 대부분은 사회과학적 주제인데 국내의 삼국지 독법은 철저히 인문학적 틀에 갇혀 있습니다.”

그는 삼국지가 역사와 흥미라는 당의정 속에 해독을 감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독은 삼국 중에서 최초의 한족(漢族) 통일국가로 꼽히는 한(漢)과 그 후예인 유비의 촉(蜀)에 정통성을 부여한 데 숨어있는 중화민족주의다. 이는 거란과 여진, 몽골 등 북방민족의 침입에 시달리던 남송시절 주희에 의해 확립된 뒤 명(明)과 청(淸)을 거치면서 한족 중심주의로 강화됐다는 것. 실제 삼국지는 위나라와 대규모 전쟁을 치른 고구려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조조가 400년 전에 죽은 흉노의 영웅 모돈을 무찌르고, 제갈량의 남만정벌에서는 100년 후에 태어나는 맹획을 포로로 잡는 역사왜곡을 단행한다.

둘째 독은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간계와 속임수로 가득 찬 권모술수의 가치관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셋째 독은 한국인에게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무의식 세계까지 침투시켜 무비판적 친중관(親中觀)을 형성시킨다는 점이다.

“한국 무속신앙 중 해외에서 수입된 신령은 관우와 유비는 물론 오호대장, 감부인, 미부인, 손부인까지 전부 삼국지의 인물들뿐입니다. 또 중국의 영웅을 우리 영웅으로 동일시하고 중국을 친근하게 여기면서, 우리와 같은 처지인 몽골 여진 거란을 오랑캐라 멀리하게 만들죠. 삼국지야말로 1500년 된 동북공정이고, 요즘 ‘한류(韓流)’ 뺨치게 흥행에 성공한 ‘한류(漢流)’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