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만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마리 이야기’로 대상을 수상했던 이성강 감독이 펴낸 그림책.
이 책의 원작인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올해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꼽히는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동아·LG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오늘이’는 ‘마리 이야기’처럼 이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그림)과 철학적인 내용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다. 이 그림책에는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2만5000여 컷 중에서 저자가 고른 230컷이 실려 있어 그 어느 그림책보다도 풍성한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CD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오늘이’는 제주도의 민간신화이자 계절 근원 신화인 ‘원천강 본풀이’를 뼈대로 삼은 이야기.
원천강이라는 강가에 오늘이라는 아이가 태어난다. 오늘이는 보라색 여의주와 친구인 학 ‘야아’와 함께 행복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나쁜 뱃사람들이 나타나 화살로 야아를 쏘고 오늘이의 보라색 여의주를 빼앗는다. 뱃사람은 오늘이까지 납치해 배에 태우고 떠난다. 순간 원천강은 꽁꽁 얼어붙고 몰아친 파도와 풍랑에 뱃사람들은 다 죽는다. 오늘이와 여의주는 살아남아 어느 뭍 가에 닿는다.
오늘이가 원천강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이 동양화 같은 고운 그림에 실려 펼쳐진다.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서 오늘이가 만나게 되는 이들이 하나씩 안고 고민하는 문제는 아이보다는 어른들에게 던지는 화두 같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책을 사천오백칠만 팔백이십오 권이나 읽었지만 아직도 행복이 뭔지 모른다”는 소녀 매일이, 수많은 꽃봉오리를 갖고 있지만 연꽃을 한 송이밖에 피우지 못해 속상해 하는 연꽃나무, 그리고 여의주를 잔뜩 손에 쥐고 있어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 이들이 책 말미에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행복’과 ‘자기희생’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가령 이무기는 ‘자기희생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깨달음을 가르쳐 준다.
오늘이는 이무기에게 원천강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욕심 많은 이무기는 오늘이의 보라색 여의주를 흘끔거리며 말한다. “정 가고 싶다면… 하지만 나도 뭐 얻는 게 있어야지.”
원천강에 도착했지만 얼어붙은 강이 갈라지면서 오늘이는 그만 낭떠러지에 떨어질 위험에 처한다. 이무기는 두 손 가득 안고 있던 여의주를 우르르 내던지고 두 손으로 오늘이를 붙잡는다. 가장 소중한 보물인 여의주와 오늘이의 생명을 맞바꾸는 순간 이무기는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꿈꿔온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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