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의사 선생님이 화난 말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치즈.”(인상 쓴다)
“스파게티.”(한숨을 쉰다)
난 기분이 나빠져서 선생님이 들으면 싫어할 게 분명한 사탕, 초콜릿, 케이크를 빠르게 말해 버린다. 의사 선생님은 소리를 지르신다. ‘저지방’은 의사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자꾸 살이 찌면 나는 더 큰 병원에 가야 된다.
엄마 아빠는 오빠와 언니가 아무리 졸라도 휴가 때 바닷가에 가지 않는다. 나 때문이라는 걸 안다. 난 뚱뚱할 뿐이지만 사람들이 나를 못된 애로 생각할까봐 무섭다. 등산을 하면 살이 좀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혼자 있을 때면 몰래 숨겨놓은 과자를 마구 먹어댄다. 과연 내가 살을 뺄 수 있을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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